북한은 지난 4월16일 제주도에서의 김영삼대통령과 클린턴미국대통령이
제의한 한국과 북한, 미국과 중국이 한자리에 모여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구축하자는 "한반도 4자회담"을 일단 거부했다고 한다.

손성필 러시아주재 북한대사는 같은날 모스크바 북한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반도의 신안보체제 구축을 위해 중재자는 필요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대사는 "현재 다른 나라는 이문제에 관해 아무런 역할도 갖고 있지
않다"면서 "따라서 국제회의를 개최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한반도 정전협정의 서명국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북한은
미국과만 이 문제를 협상할 용의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중국 강택민 국가주석은 얼마전 김영삼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한미정상회담이 제의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4자회담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강주석은 이친서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특히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중국의 이같은 입장은 향후 북한의 입장 결정에 영향을
미칠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심각한 경제.식량난을 겪는 과정에서 우리와 서방 각국에
식량을 비롯한 각종 경제원조를 구걸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지난 94년7월 김일성 사망후 기존의 "주석궁"을
사체안치용 "금수강산 기념궁전"으로 개축하는 데 투입한 자금은 세상에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천문학적 규모였다고 한다.

주민들은 기아선상에서 허덕이는데 경제개발과 민생안정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미 죽고 없는 김일성 우상화에 그토록 막대한 자금을 쓰고 있는
북한당국의 의중을 도저히 이해 할수 없다.

돌이켜보면 핵확산금지 조약에서 탈퇴, 세계를 긴장시킨이후 갖가지의
비상식적인 행태를 보여온 것의 이면엔 경제정책의 실패에 따른 궁핍을
국제사회로부터 보충하려는 속셈이 뚜렷하다.

최근 판문점부근에서의 무력시위 배경에도 결국 한국과 미국을 위협,
무엇인가를 뜯어내려는 것이 분명하다.

북한의 이러한 행태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는 모르지만, 이토록 무법적인
행위의 끝은 자명하다 할 것이다.

국제사회로부터 철저한 불신과 외면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러한 종말은"멸망"의 수순이 될 수 밖에 더 있겠는가.

북한 당국자들은 제발 자신들의 절박한 처지를 인식, 한미가 제의하는
사안에 적극 협력하는 것만이 조금이라도 자신들의 "명"을 연장하는 유일한
길임을 알아야 한다.

우선 "4자회담"에 즉각 응해 협상테이블에 나와야 할 것이다.

김미라 < 서울 광진구 광장동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