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나는 "만남"이란 단어를 사랑하며 소중히 생각하고 있다.

같은 세대에 태어나서 같은 직장에서 기쁨과 괴로움을 함께 나누면서
공동의 발전을 추구하면서 살아가는 동료들과의 만남은 우리의 삶에서
가벼이 생각할수 없는 큰 인연이다.

나는 3년전에 분당으로 이사했다.

뒤에는 불곡산이 있고 앞에는 탄천이 흐르는 한폭의 그림 같은 아파트가
밀집되어 있는 신도시다.

이사온 뒤 우리 일행은 매주 일요일 불곡산을 찾아 오르는 즐거움에
젖어 들었다.

불곡산은 그렇게 높은 산은 아니지만 나의 동료들은 오르는 즐거움에
미소가 가득하다.

지난 주에는 겨우내 추위를 이겨내며 아직 나무 이파리가 부끄러운듯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산수유의 노란 꽃잎이 우리의 시선을 머물게하며
즐거움을 더하면서 걸음을 멈추게 했다.

시내의 개나리보다 산골짜기의 산수유 빛깔은 더욱 아름다웠다.

같은 교직에 종사하면서 한 주일 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는
것은 교육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스럽고 각자의 스트레스 해소에도 크게
도움이 될듯 싶다.

중턱에 오르면서 약수터에 들러 물한컵 마시는 시원한 맛도 멀리 할수
없는 즐거움이다.

산 정상에 오르면 분당의 전시가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한폭의 그림같이 깨끗하게 조성된 신도시로서 아름다움을 느낀다.

용인쪽에서 흘러드는 탄천이 시내를 가로 질러 시원함을 더해주고
아스라이 펼쳐지는 경부고속도로의 차량 행렬은 현대 문명이 남겨 놓은
발전의 원동력이다.

능선을 따라가면서 주고 받는 대화의 내용을 음미하는 것도 어느 면에서는
즐거운 일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사회 생활을 하는 동안 누구에게나 스트레스는
쌓이는구나, 느끼면서 다시 올라갔던 코스를 되밟으며 하산의 발걸음은
가볍게 느껴진다.

소주 한잔 기울이며 하루의 일과를 정리할 여유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
이다.

이 글을 쓰면서 빼놓을수 없는 세분 동료가 있다.

비와 눈 그리고 갈 봄 여름 없이 찾아 주는 숭인여중 박덕규 선생님,
서울직업학교의 정근화 교감선생님, 서울학생교육원의 박순만 장학사,
단골이 되어 주는 그 성의에 뭐라 감사해야 할지, 우리의 정 오래
간직하고 싶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