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마케팅이 기업들의 중요한 홍보수단으로 변하면서 팀운영방식도
점차 변하고 있다.

주먹구구식으로 그룹의 총수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운동팀을 만들던 것에서
벗어나 점차 과학화되고 있는 것.

주력제품의 소비계층이나 "업"의 개념에 맞는 종목을 선택하는 추세도
보이고 있다.

삼성그룹의 경우 축구는 운동장을 거침없이 달린다는 점에서 "자동차"에서,
농구는 아기자기하고 정밀한 팀워크를 요구한다는 점을 고려해 "전자"에서
팀을 운영하고 있다.

또 비교적 활동범위가 적으면서도 세기와 파워를 필요로하는 배드민턴은
부품회사인 "전기"에서 맡고 있다.

국내기업들의 스포츠 마케팅은 단지 국내에서만 이뤄지는게 아니다.

각 국가별로 인기있는 종목의 대회를 후원하거나 프로팀과 계약을 맺어
현지인들 속으로 파고드는 것은 해외시장 개척의 중요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 스포츠 마케팅에 가장 열을 올리고 있는 곳은 현대그룹.

중국 프로1부엔 "현대기차(자동차)대"라는 축구팀이 있다.

이 팀의 원래 명칭은 연변조선족팀.

하지만 현대그룹이 연간 4억원의 지원금을 지급키로 하면서 팀의 이름을
바꿨다.

중국뿐 아니다.

축구스타 펠레의 이름은 알아도 대통령의 이름은 모른다는 우스갯 소리가
나올 정도로 축구에 열광적인 브라질 축구장에도 현대의 마크가 뛰고 있다.

브라질 프로축구팀인 후루미텐시가 현대자동차의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기로 했기 때문.

이를 위해 현대는 3년간 144만달러를 지급키로 했다.

"브라질은 미국에 이은 제2의 수출 대상국이다. 축구가 생활의 중요한
일부분인 이 나라 국민들은 현대로고를 단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현대 브랜드에 익숙해질게 틀림없다"(현대자동차
관계자)

삼성그룹의 전략도 마찬가지다.

삼성은 현재 칠레의 프로축구팀인 카롤리카와 아르헨티나의 발데스를
지원하고 있다.

남미시장을 미래시장으로 보고 이미지를 굳혀 놓겠다는 포석이다.

삼성은 EU(유럽연합)의 우회진출거점인 동구권에서도 이같은 스포츠마케팅
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의 프로 아이스하키 팀인 디나모팀에 매년 1억6,000만원씩을 지원
하는게 그 예다.

경기의 스폰서를 맡는 경우도 많다.

현대자동차는 매년 세계 요트선수권대회를 지원하고 있다.

이른바 "현대컵"대회다.

유러카드 오픈 테니스대회에도 매년 4억4,000만달러를 들여 후원한다.

이처럼 프로 스포츠팀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국제 스포츠 마케팅의
노른자위는 뭐니 뭐니해도 올림픽.

전세계 소비자들의 시선이 한날 한곳에 집중된다는 점에서 올림픽은 놓칠
수 없는 빅 이벤트다.

올림픽 스폰서십을 얻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다.

막대한 지원금을 내고도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스폰서십을 얻기만 하면 경기장에 광고판을 설치하는 것은 물론 제품에
올림픽 로고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게 된다.

결국 전 세계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광고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되는
셈이다.

< 조주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