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업계에 심상치 않은 조짐이 보이고 있다.

미국의 3대 자동차 제조업체중 하나인 포드가 최근 일본 마쓰다 자동차의
소유지분을 지금까지의 25%에서 33.4%로 늘리고 대표회사 사장직도 맡음
으로써 경영권을 인수했다고 공식 발표한 것이다.

포드의 마쓰다 인수가 국내외 자동차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우리 자동차업계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본다.

우선 국내적으로는 포드및 마쓰다와 공동개발및 자본참여 등을 통해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기아자동차가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가
주목된다.

현재 기아 주식중 포드가 9.39%, 마쓰다가 7.52%를 각각 차지하고 있는데
뚜렷한 대주주가 없는 기아의 입장에서는 신경쓰이는 상황변화라고 할수
있다.

특히 지난해 증시에서 M&A(기업 인수합병)대상으로 꼽히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기 때문에 이번 사태는 더욱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기아측은 두 회사의 경영권행사가 제한돼 있고 소유지분을 처분할 때는
기아와 우선적으로 협의하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에 별 영향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포드차의 국내 판매대행및 할부금융사 합작설립 등 현행 협력관계도
좋을 뿐아니라 포드가 마쓰다를 아시아 진출을 위한 전략거점으로 삼으면
동남아와 중국에 대한 기아의 소형차 수출이 늘어날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앞으로 기아의 경영이 어려워지면 포드가 경영권장악을 시도하거나
아니면 소유지분을 처분해 경영권 향방이 불투명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마쓰다 인수도 일본의 경기침체로 인한 내수 부진에 엔화 강세로 해외
영업마저 크게 위축돼 자금난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외국 자동차사들이 국내시장 진출을 서두르는 판에 우리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하면 외국 기업의 국내기업 인수가능성은
더욱 커지므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하겠다.

다음으로 중요한 대목은 세계 자동차산업의 판도가 어떻게 바뀔 것이며,
우리 업계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겠느냐는 점이다.

그동안에도 세계 시장에서 군소업체의 인수합병은 계속돼 왔으며 서로의
장점을 살리는 전략적 제휴도 보편화됐다.

이밖에 유럽연합이 일제 자동차에 쿼터규제를 가하는등 지역별 블록화
현상도 두드러졌다.

그러나 이번 포드의 마쓰다 인수는 전략적 제휴가 과도기적인 현상일
뿐이며 지역별 블록화도 단번에 무력해질수 있음을 보여줘 2000년대에는
10여개 기업정도만 살아남으리라는 MIT대학의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오는 2000년까지 연간 생산규모를 700만대로 늘리고 해외
기업을 인수해 세계 10위권 진입을 목표로 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새모델, 나아가 차세대 자동차개발에 필요한 엄청난 자금과 높은
기술수준이 없이 규모의 경제만으로 버티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국내 업체들은 외형 경쟁보다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고 핵심 부품자급과
설계기술 확보를 서두르지 않으면 생존자체가 어려움을 명심해야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