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복잡해지는 현대사회에서 정신없이 살아가다보면 누구나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다.

따라서 가끔은 원시적 본능의 상태로 돌아가 동물처럼 포효하고 격렬하게
몸부림치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가 있다.

이러한 욕구를 만족시켜 주기에 가장 적합한 운동이 검도라고 말할 수
있다.

대련중에 실컷 때리기도 하고 얻어맞기도 하다보면 가슴 가득 억압되었던
스트레스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고 만다.

이러한 세상사 스트레스를 멋있게 날려 보내는 검사들이 있으니 그
이름하여 현대검우회.

현대검우회는 92년말 서울강남구압구정동에 위치한 현대종합목재산업(주)
직원이 창단, 뒤이어 현대고등학교 교사, 국민은행 현대APT지점직원 등이
합류해 이제 3년 반이 되어간다.

회원은 30여명으로 매주3회 오후7시부터 1시간정도 수련을 하고 있다.

검우들의 면면은 회장인 필자와 총무로 살림살이를 도맡아하는 김진수
영업과장, 심언평 이준근 오재욱 박인기 차장, 개발상품의 주역을 맡고있는
채명석 부장, 조영인 최희석 정도정 대리, 정보영 부장, 김호인 과장,
김민상 사우 등이 주축을 이루고 있으며 현대고등학교 교사들로는 강팔만
정천모 (채육) 박성준 (국어) 김청봉 (수학) 강승원 (국어) 김진생 (한문)
선생 등의 국어 영어 수학 한문이 한판 뒤엉켜 굉장한 학문(?)을 만들기도
한다.

송세용 울산현대여자고등학교장도 2개월 전까지 같이 구슬땀을 흘렸다.

국민은행 직원으로는 임철수 진효수씨 등이 있으며 여검사로는 리바트
주방사업부에 근무하는 배영숙씨가 있다.

당초 창단시에는 여성회원들이 많았다.

때맞춰 산소같은 여자의 이영애씨가 CF에 등장하여 멋있게 찰라를 가르는
폼으로 죽도를 휘두른 후 처음은 여자가 웬 검도(?)에서 멋진 선택으로
바뀐 것이다.

CF의 영상이 세월과 함께 지나면서 여성회원들도 무림계를 이탈, 홍일점
으로 배영숙씨가 남아있다.

작년에는 유단자를 4명이나 배출하여 명실공히 막강한 팀이 되어간다.

올해 계획은 각종 전국검도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채비에 여념이 없다.

적어도 우승컵 한두개는 차지할 것이라는 야무진 꿈을 가지고 있다.

죽검을 들고 눈 깜짝할 사이에 상대방의 허점을 간파, 빈틈없이 타격을
가하는 검도는 현대인에게 집중력, 지구력, 결단력을 길러주는데 큰 몫을
할뿐 아니라 대련할 때 상대방의 마음까지 읽어낼 수 있는 정신운동이다.

찰라와 대결을 벌이는 동안 복잡다단한 세상사를 잊어버리게 되고 심폐
기능강화에도 효과적이다.

며칠전 울산현대여자고등학교 송세용 교장의 전화가 왔다.

"검도를 한달간 못했더니 영 몸살이 날 지경이오.

직장인에겐 뭔가 스트레스를 풀 서클활동이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직장인!

그들은 다람쥐 쳇바퀴 돌듯 변화가 없다.

이 보이지 않는 사슬에서 훨훨 탈출하고 싶은 마음을 갖고 싶을게다.

여기에 검의 정신으로 뜻을 같이하고 있는 우리 현대검우회는 우리 직장의
숨통이며 내일과 다시 부딪치기 위한 극기의 장이며 의와 예를 실천하는
수양인의 터가 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