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1월에 이어 2월에도 경상수지 적자폭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단 두달만에 경상수지 적자가 올 예상치인 64억달러의 절반이
넘는 32억9,300만달러에 달했다.

해마다 1, 2월에는 경상수지가 악화되곤 했지만 올해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1.5%나 급증해 심상치 않은 양상이다.

경제규모가 커지다 보면 무역수지 적자가 크게 늘어날 때도 있다.

한국은행이나 통상산업부는 1월의 항공기 도입, 2월에는 할당관세 폐지를
앞둔 원유도입 증가 및 설연휴등의 탓이 크다고 보고 올해 국제수지 전망을
낙관하고 있다.

경제규모가 세계 11위에 이를 정도로 성장한 마당에 과거처럼 국제수지
추이에 신경과민적인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

문제는 경상수지적자가 사상 최대라는 점보다 본격적인 개방경제 시대를
앞두고 경상수지 적자가 구조적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많다는 점이다.

우선 경상수지 적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데도 원화가치는 별로
떨어지지 않고 있으며 환율절상의 여지마저 없지 않다.

이에 따라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이 개선되지 못하는데 비해 수입은 촉진됨
으로써 국제수지를 구조적으로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본시장 개방이 확대되고 외환규제가 완화될수록 금리가 싼 외자 도입이
늘어나는 것은 어쩔수 없는 일이다.

들어온 외자를 환율절상이나 통화량조절로 흡수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경쟁력이 약해진 생산시설의 해외이전, 자원개발 및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현지투자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둘째로 우리 제품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극히 원론적인 얘기지만 많은 논의에도 불구하고 개선정도는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무역수지는 계절적인 요인도 있고 변동폭이 큰데 비해 무역외 수지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경상수지 적자확대의 주범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무역수지 적자로 외채가 쌓일수록 늘어나는 지급이자및 기술도입의
대가지급이 무역외수지 적자의 주요 요인이기 때문에 무역수지 개선에
필수적인 국제경쟁력강화가 핵심과제라고 할 수 있다.

2월중 무역수지 적자를 증가시킨 원유도입증대 및 중남미 지역에 대한
수출감소도 국제경쟁력과 깊은 관련이 있다.

경제성장으로 원유 도입량이 늘어나는 것은 어쩔수 없지만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느냐는 국제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중남미 지역의 보호무역강화에 따른 영향도 일과성 요인으로 보기보다
선진국 시장에서 밀려나 개도권 수출에 의존할수록 심각해질 구조적인
문제로 생각하고 대비해야 한다.

셋째로 유통시장 개방확대와 소비행태의 변화에 따른 소비재수입 증가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

경기둔화로 자본재 수입증가율은 한자리 수로 낮아졌지만 소비재수입
증가율은 여전히 30%에 육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때 고도성장을 위해 물가안정과 국제수지 균형을 희생시킨 적이
있었다.

그러나 개방경제 시대에 이같은 정책은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더 이상
용납될수 없다.

근본적인 경상수지 개선대책을 심각히 고려해야 할 때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