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뤼셀=김영규특파원 ]

통합유럽의 헌법개정을 위한 유럽연합(EU) 정부간회의가 29일 15개회원국
정상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그 문을 연다.

지난 93년 "유럽합중국"의 헌법격인 마스트리히트조약을 발효시킨 EU는
앞으로 진행될 몸집확대 작업을 감안, 이날부터 제2의 마스트리히트조약
마련에 나선 것이다.

동구권및 지중해연안국의 가세로 21세기에 회원국수가 25~30개로 늘어나면
현행 제도로는 효율적인 살림을 꾸려가기 어렵다는 현실인식의 방영인
셈이다.

EU는 정부간회의를 시작으로 브뤼셀등지에서 회원국대표간 회의를 속개하게
된다.

정부간회의에서는 <>통합외교.안보정책추진을 위한 의결방식 개정 <>유럽
의회의 권한확대 <>마약거래 불법이민방지등을 위한 제도정비 <>EU집행위
조직개편 <>고용확대및 노동시장 개선 <>사회보장제도의 통일등 다양한
현안들이 검토될 예정이다.

특히 경제통합이 어느정도 진전을 보고있다는 점에서 정부간회의는 정치적
통합 방안에 보다 신경을 쏟을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정부간회의가 21세기 통합유럽의 모양새를 결정한다는 중요성
때문에 회원국간 입장조율도 그만큼 힘들 전망이다.

회원국간 대립이 가장 첨예한 분야는 분쟁지역 군대파견등 외교안보정책에
대한 의결방식.

독일과 프랑스는 회원이 늘어날 경우 현행의 만장일치제로는 결정이
어렵다는 현실을 제시, 다중다수결로 개정할 것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공동외교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소수 회원국의 빈번한
거부권행사를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국은 이를위해 벨기에등 베네룩스 3국을 끌어들여 "다중다수결 방식의
결정에 반대하는 국가는 공동외교정책에 적극 참여할 필요는 없으나 반대
해서도 안된다"는 이른바 "융통성있는 통합론"을 제시했다.

그러나 EU의 권한강화에 반대하고 있는 영국은 수용불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유럽의회의 권한강화 문제도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 것 같다.

독일은 적극적 지지를 표명한 반면 영국과 프랑스는 반대견해를 보이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대부분의 정책에는 독일과 보조를 같이 하면서도 "회원국의
의회역할인정, 유럽의회 권한확대 반대"란 영국과 독일간의 절충적 입장을
표명중이다.

이밖에 각종 사회정책에 대한 제도정비도 의견일치가 쉽지 않은 이슈다.

최장 근로시간을 주48시간으로 정한 EU의 결정에 영국이 반대하고 있고
프랑스는 한걸음 나아가 회원국간 상이한 사회보장제도의 통일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EU 몸집확대에 대비, 헌법개정은 불가피하다.

통합주창자들은 정부간회의를 미합중국의 기반을 마련한 1787년의
필라델피아장전에 비유하는등 그 중요성을 부각시키는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회원국 정부간 첨예한 의견대립에 국민들의 무관심이 겹쳐 정부간
회의의 순항을 점치는 전문가는 별로 없다.

마스트리히트조약 비준시 일부 회원국의 반대로 2년이상 시간을 허비한
것처럼 정부간회의도 회원국간 의견조정에 적어도 18개월 이상 걸릴 것이란
우려가 나도는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