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옥은 아예 자는척 눈을 감고 습인이 어떻게 하나 보았다.

습인은 보옥의 어깨를 집적거려도 반응이 없자 이번에는 어깨를
두손으로 잡고 흔들어 깨우며 말했다.

"이런 식으로 낮잠을 자면 밤에 잠이 오지 않잖아요.

빨리 일어나서 산보라도 하고 오세요"

그래도 보옥이 눈을 뜨지 않으니까 습인이 보옥의 등을 밀다시피 해서
보옥의 상체를 일으켜 세우려 했다.

보옥은 여전히 눈을 감은채 상체를 일부러 뒤로 젖혀 뒷머리를 습인의
가슴에 묻었다.

습인의 두 젖무덤은 풍만하여 보옥은 뒷머리로도 그 감촉을 물컹
느낄수 있었다.

보옥은 습인을 안게 되면 무엇보다도 먼저 그 젖무덤을 어릴때 유모
젖을 빨듯이 빠는 버릇이 있었다.

두손으로 감싸쥐어도 손안에 다 들어오지 않을 만큼 큼직한 그 젖무덤은
보옥이 습인의 신체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심심한데 또 습인의 젖이나 빨까.

그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지금 보옥은 대옥이 무척 보고싶은
것이었다.

습인은 자꾸 뒤로 기울어지는 보옥의 상체를 더욱 세게 밀어 간신히
일으켜 앉혔다.

그러자 보옥도 할수 없이 눈을 뜨고 습인을 향해 비씩 겸연쩍은 웃음을
흘리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어디로 가지?"

"아무튼 바깥으로만 나가보세요.

정신이 한결 맑아질 테니까"

보옥은 옷을 갈아입고 바깥으로 나와 터덜터덜 걸어나갔다.

발거름이 자연히 대옥이 기거하는 소상관으로 향했다.

소산을 지나는데 그 등성이에서부터 두마리의 사슴이 달려나왔다.

그 뒤를 가란이 활을 들고 쫓아왔다.

가란이 사슴들을 쫓는데 온통 마음이 빼앗겨 있어 보옥은 가란에게
말을 걸 틈도 없었다.

인공으로 만들어 놓은 축산에서 사냥질을 하다니.

저녀석도 되게 심심한가 보군.

보옥은 쯔쯔 혀를 차며 대나무 숲을 끼고 돌아 소상관에 이르렀다.

대옥은 침대에 비스듬히 누운 채로 보옥을 맞았다.

대옥의 시녀 자견이 시줄들 일이 없나 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자견이가 왔으니 어디 맛있는 차나 한잔 얻어 마셔볼까"

"그런 청은 안받아도 좋으니까 나에게 물이나 떠다주렴"

"하지만 손님에게 차부터 먼저 갖다드려야죠"

대옥의 말에 자견이 이렇게 받아넘기자 보옥이 기분이 좋아져서
큰소리를 냈다.

"그렇고 말고. 우리 자견이 최고야. 자견이는 내가 원앙금침을 깔아
달라고 해도 깔아줄 거야"

보옥의 농담에 대옥이 발끈하여 침대에서 내려오더니 밖으로 나가려
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