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 지위가 장관급 부처로 격상되고 위원장이 바뀌었다.

중소기업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중기청 신설에 이어 공정위까지
장관급 부처로 격상시킨 것은 이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할수 있다.

신임 김인호 위원장은 공정위의 최대과제는 중소기업 보호라고 밝혔다.

공정위의 지위격상은 공정위가 이제 제대로 일할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또한 중소기업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덜어주려는 정부 부처가 늘어났다는
점에서 중소기업에는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다.

한국경제가 풀어가야 할 시급한 과제중 하나는 중소기업 살리기라는
데에 이견을 달 사람은 없고 가능한 방법을 동원,중소기업을 활기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공정위가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부처가 되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선뜻 수긍이 되지 않는다.

공정위는 과도한 경제력집중을 방지하고 부당한 공동행위및 불공정
거래행위를 규제하여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창의적
기업활동을 조장하고 소비자를 보호하며 국민경제의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일을 하는 기구다.

공정위는 중소기업이 부당하고 불공정한 거래를 강요받고 있는
상황을 개선하는 일을 도울수 있는 기구임에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정위를 중소기업 지원기구로 볼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사회에서 불공정 거래행위가 벌어지는 사례는 언제 또 어디서든
쉽게 발견된다.

그러다 보니 불공정 사례는 어느덧 관행처럼 굳어져 용인되기까지
한다.

잘못이 적발되고 고발돼도 시정명령 또는 부담이 많지 않은 벌과금부과가
고작인 경우도 많았다.

지난 30여년간의 성장과정에서 나타난 경제력집중은 완화되어야
하고 독과점지위는 규제되어야 마땅하다.

공정위가 이런 일을 제대로 할수 있도록 지위를 격상시킨 것은 필요한
일이었고 잘한 일이었다.

그러나 공정거래제도자체는 중소기업보호를 목적으로 생긴것은
아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과의 하도급거래에서 불공정한 처우에 놓이게
되고 그런 경우에도 그걸 공식적 또 공개적으로 시정해줄것을 요구하지
못한다.

따라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관계정상화를 위한 공정위 역할에 기대가
걸려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불공정거래를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거래로 하정시키고
중소기업지원을 위해서 대기업을 규제해야 한다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일각에서만 보거나 왜곡시키는 것이다.

불공정거래는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에서도 버젓히 행해지고 있다.

따라서 공정거래를 위한 당사자를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이해하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거래는 물론 모든 거래와 관행을 국제적
기준에 맞추도록 유도해야 한다.

공정한 경쟁과 공정한 상관행을 지키는 기업이면 누구나 승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판을 만드는 것이 공정위의 할일이다.

아직도 여전한 불공정 약관 허술한 소비자 보호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오늘날과 같은 국제화 개방화시대에는 독과점지위를 규정하는 잣대는
과거와 달라야 한다.

과거 또는 현재에 비록 국내시장에서 그런지위를 가지고 있다.

국제경쟁시대에서 그 지위는 상실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