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인구노령화와 유방촬영술 및
전립선항암원혈액검사 등 암진단기술의 발달로 암발생률이 급상승하고
있다.

미국의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지 최근호는 지난 71년 당시
닉슨대통령이 "암과의 전쟁"을 선언한 지 25년이 지난 지금까지 암의
정복은 요원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이 잡지는 미국의 암정복정책이 표류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정책이
아니라 암자체가 지극히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암정복을 위해 익히 알려진 적절한 정책외에도 기초의학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그 요약.

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암에 대한 지식은 미미했다.

당시의 의학자들은 암이 체내 탄수화물이 변패하는 과정에서 생긴다는
메커니즘 정도의 단순한 지식을 가지고도 감히 암정복을 호언했었다.

또 일단의 과학자들은 암을 바이러스나 세균에 의한 질병으로 보기도
했으나 암세포는 정상세포가 극히 작은 변화를 일으킨 세포지만 치료는
난해하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의학자들은 당황해 하기 시작했다.

암에 대한 생물학적 지식중 치료에 응용할 수 있는 부분은 극히 적다.

최근 밝혀진 암에 대한 근본적인 지식은 세포가 분열하는 메커니즘에서
하루에도 수천번씩 에러가 발생, 암세포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이다.

정상적인 인체는 세포분열및 DNA전사과정에서 말썽을 일으키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제거할 수 있어 암에 걸릴 위험을 회피할 수 있다.

그러나 세포가 이런 유전학적 실수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제어할 능력을
손실한다면 암세포가 생겨나게 된다.

대부분의 인간 종양세포는 그들이 성장 기반으로 삼을 혈관이 부족해
일정한도 이상 자랄 수 없다.

이런 세포들이 혈관 주변에서 근근히 수년을 버티면서 암검사에서
검출되지 않은 채로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잠재성종양들은 해가 없지만 조직검사를 해보면 유방의 경우
미국의 40대 여성의 40%가 이런 종양들을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면을 취하고 있는 종양세포가 그들의 삶의 터전인 혈관을 발달시키기
시작하면서 인체에 위협을 가한다.

이런 현상을 "안지오제네시스"라고 한다.

이것의 초기증상은 종종 대소변과 정액에 피가 섞이는 것.

이 단계를 넘어서면 종양세포의 혈관이 인접 장기로 번지면서 전이한다.

의학의 발달로 암환자들의 삶의 질이 크게 나아졌다.

정밀종괴절제술로 유방암환자들의 흉터가 적어졌고 개선된 항암제는
환자들의 오심 구토 감염 등의 부작용을 크게 줄였다.

또한 어린이백혈병 호지킨병(경부임파절종양) 고환암 등은 치료기술의
발달로 사망률이 극적으로 감소했다.

가족력을 띤 암유전자에 대한 통계조사도 활발해져 가고 있다.

예컨대 75%가 대장암에 걸릴 확률이 있는 HNPCC유전자와 50%가 난소암에
걸릴 확률이 있는 BRCA-1유전자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그러나 암이 흔한 만큼 가족의 집단적인 암발병이 유전적인 원인인지,
끔찍하고 불운한 동시발생인지 의학적으로 규명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현재 모색되고 있는 암치료법은 전통적인 암치료후에 암세포만을
파괴하고 세포변성을 막는 유전학적인 치료방법을 쓰는 것이다.

예를 들어 라스유전자가 변이되면 과다한 세포분열을 일으켜 암을
유발한다.

최근 이런 라스변이유전자의 결합을 끊는 물질의 동물임상실험이 활발히
행해지고 있다.

이 물질은 라스변이유전자의 결합을 끊어 인간의 대장 및 방광암 치료에
유용할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

이밖에 9가지의 안지오제네시스 저해제가 환자들에게 임상실험되고 있다.

미국에서 최근 사용되고 있는 암치료는 조기에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다.

뇌종양의 경우 2개월간 매일 방사선을 발병부위에 정확하게 쬐어
치료한다.

강한 골수암에는 골수이식과 함께 항암제화학요법과 방사선치료를
실시한다.

경부암의 경우 공격적인 항암제투여와 동시에 목을 비롯한 각부위에
강도 높은 스트레치를 실시한다.

암예방은 콩류와 야채를 많이 섭취하는 식이요법과 금연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비소 석면 납 벤젠 제초제 DDT등과 같은 화학물질로부터 어떻게
회피해야 하는가가 중요한 숙제로 남았다.

< 정종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