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기 <에너지 자원기술개발지원센터 소장>

사무엘스교수는 미국에 비해 보잘것없는 군수산업을 가졌던 일본이 세계
초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오랫동안 국가안보력을 강화하는 제도와
기술을 닦아온 때문으로 보고 있다.

또 이 제도와 기술력을 하나의 "기술민족주의"로 묶어냈기 때문에
초강대국으로의 성장이 가능했다고 평가한다.

일본의 기술민족주의의 핵심요소는 기술의 국산화, 군수산업의
민수산업으로의 확산 및 기술의 육성이며 이를 바탕으로 한 "강국.강기술"의
상업적 기술민족주의로 경제발전과 국가안보를 재확립했다는 것이다.

특히 민과 군, 기업과 국가, 그리고 지방을 동시에 지배하는 네가지
규범이 성공의 근간을 이루었다고 본다.

첫째는 방위산업이 민간경제에 포함될 수 있다, 둘째는 협력과 경쟁과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째와 네째는 협력자도 전략적으로 이용 가능하다는 것과 기술혁신과
생산은 민족적 특성을 지닐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일본의 성공으로부터 얻어야 할 교훈을 다음과 같이
함축성있게 표현했다.

"일본의 군수산업체보다 더 심각한 위협을 준 것은 무엇이 국가를
부강하게 하는지에 대한 우리의 오해였다"

냉전시대가 종식한후 민.군산업기술을 엄격히 구별해 온 미국에 비해
군수용기술을 민수기술로 확산시켜온 일본은, 이른바 민군겸용기술의
전개로 바람직한 국가산업발전체계를 형성했다.

패전국으로서 군수산업을 금지당했던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일본의 성공에서 배우고 생각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 특유의 "무엇", 즉 문화적 요소를 발전시키는 일이다.

한국경제성장의 장애물은 다름아닌 고도성장의 부산물인 정신의
황폐화이다.

일본이 "양재화혼"(서양기술에 일본의 혼)의 기치아래 기술과 정신을
함께 강조해온데 비해 우리는 덮어놓고 "잘살아 보세"하며 달려온데
문제가 없었는지 깊이 생각해봐야할 것이다.

이책이 "우리도 힘있는 나라가 될수 있는 이유"를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