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그것을 급랭이라고 해야할지 또는 연착륙 기대를 무산시키는
전조로 봐야 할는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하강속도가 상당히 빠른 것만은 분명하며 한두달 안에 판가름이
날것 같다.
통계청이 발표한 "12월중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산업생산 증가율이
작년 7월의 14.9%를 정점으로 5개월 연속 둔화되어 6.9%까지 떨어졌다.
다른 지표들도 마찬가지다.
제조업 가동률이 80.7%로 주저앉았고 재고증가율은 3년4개월 만의 최고치인
15.4%로 뛰었다.
재고가 쌓이면 다음엔 공장가동률이 더 떨어질게 분명하다.
기계수주와 건축허가면적 같은 투자지표는 두자리수의 감소를 기록하여
소비와 투자가 다함께 위축되는 추세임을 드러냈다.
이같은 내용을 놓고 당국은 민간 경제전문가들과 시각을 달리하는
경향이다.
민간 전문가들이 상당히 어둡게 보는데 대해 당국은 그간의 높은 성장세가
꺾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경기의 급랭 가능성은 희박하며 잠재성장률
수준인 7%대의 성장이 가능할 것이란 입장을 견지한다.
바꿔 말해서 경기연착륙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는 얘기다.
상황을 좀더 지켜볼 필요는 있겠지만 경기가 하강국면에 접어든 것만은
분명하다고 해야겠다.
12월중의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경기선행지수도 일제이 하락한
것으로 미루어 봐도 그렇다.
문제는 앞으로 얼마만큼 빠른 속도로 진행할 것이냐인데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상당히 빨라지지 않을까 보인다.
우선 지금 상황은 경기순환면에서 올것이 온 경기후퇴다.
지난 93년1월의 저점 이후 회복국면에 들어선 우리 경제는 그간 보기드문
장기 고원경기를 누려왔다.
이제는 숨을 고르면서 재충전을 할 때가 되었다.
그러나 이번 후퇴는 매우 고통스러울 것이다.
게다가 경기순환차원을 넘어 여러가지 경제외적 요인에 의해 경제불안이
증폭될 위험이 있는 점이 걱정이다.
9%가 넘는 고성장에도 불구하고 양극화란 특이한 현상으로 많은 부문이
고통을 겪어야 했던게 지난해의 우리 경제현실이었다.
기록적인 부도율이 이를 대변하며 올해 들어서는 억지로 버텨왔던 우성이
마침내 부도처리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4월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정책을 포함한 각종 지원시책이 중소기업들을
겨냥해 쏟아지고 있으나 양극화의 고통을 덜기는 힘들 전망이다.
게다가 통화증가와 금리인하유도 같은 방법으로 경기부양을 도모하기에는
물가가 불안하다.
수입물가가 1월중 1.4%나 뛴게 확인됐고 금명간 발표될 생산자-소비자물가
도 당국이 연초부터 전통적 방법으로 물가잡기에 나선걸로 미루어 많이
오른게 분명하다.
선거에 임금인상에다 표준건축비 인상등 안정을 저해할 요인들은 겹겹이
쌓여있다.
설령 경기가 급랭한다고 해도 부양을 들먹일, 부양책을 쓸 상황이 아니다.
금리 환율 임금 부동산값 물가등 안정과 관련된 여러 지표들을 보다
주의깊게 관찰하면서 규제완화와 기타 개혁차원의 제도개선, 그리고
정치안정을 통해 투자심리회복에 노력할 때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