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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복제 못하는 AI…마음 읽고 책임지는 일자리가 살아남는다
AI가 침투 못하는 일자리
섬세한 손길·육체노동 각광
미적 욕망 자극하는 피부관리사
상담·도배사·공예가도 몸값 쑥
목숨 거는 소방관 대체 불가
"로봇보다 간병인" 교체도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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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 미대 입시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최근 3년간(2023~2025년) 회화과 경쟁률은 5 대 1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목조형가구학과는 4.5 대 1에서 7.2 대 1로 올랐다. 예술가가 손으로 빚어낸 작품의 희소성은 고도의 피지컬AI도 복제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인간 고유의 아날로그 노동에 대한 가치가 재평가되는 현상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AI가 만능 해답을 제시하는 세상에서도 간병인의 섬세한 손길만큼은 AI가 대체 불가능한 영역으로 남았다. 간병처럼 고도의 체력이 요구되거나, 막중한 책임이 따르고, 인간의 마음을 달래는 일은 AI가 함부로 침범할 수 없는 성역으로 남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AI를 이기는 건 ‘인간의 손’
글로벌 미술시장에서 주류는 여전히 회화(78%)가 차지한다. 하지만 정체기를 겪고 있는 그림과 달리 조각과 공예 분야는 약진하고 있다.소더비, 크리스티, 필립스 등 3대 경매사의 경매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상위 1% 컬렉터의 포트폴리오에서 조각 비중은 14%를 차지하며 5년 새 급등했다. 공예(5%)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코메티, 루이스 부르주아 같은 조각가의 작품이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디지털 이미지가 무한 복제되는 시대에 인간의 손길이 필수적인 분야는 AI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예술적 성역’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유수연 도예가는 “기계로 찍어낸 결과물은 생동감 없는 ‘죽은 물건’일 뿐”이라며 “공예는 나만의 개성을 찾는 가치 소비와 맞물려 독보적인 위상을 지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음 섞인 아날로그가 살아남을 것”
지난해 일본 와세다대는 AI 기반의 간병 로봇 ‘AIREC’를 공개하며 요양 환자의 기저귀를 갈아주는 동작을 시연했다. 이 로봇은 느릿한 동작으로 환자를 옆으로 밀어 눕혀 기저귀를 척척 갈았다. 초고령사회 일본의 대안으로 눈길을 끌었지만, 로봇을 현장에 투입하기엔 갈 길이 멀다는 평가도 나왔다.로봇 한 대당 가격이 1000만엔(약 9400만원)에 달하지만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치명적 결점이 드러났다. 환자의 마음을 읽고 고된 노동을 견뎌내는 숙련된 간병인의 ‘섬세한 손길’은 대체 불가능한 영역임을 증명한 셈이다.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은 AI로 인한 간병인의 직무 대체 위험을 30% 미만으로 분류했다. 또 향후 3년 안에 그 위협이 크게 높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관공이나 소방관처럼 육체적으로 고되면서도 돌발 상황에 대응해야 하는 직업도 AI 시대의 ‘안전지대’로 꼽힌다.
깊은 교감이 필수적인 업무도 AI가 대체하기 어렵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작년 1월 ‘미래 직업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늘어날 직업 중 하나로 사회복지·상담 전문가를 꼽았다. AI와 고민을 나누는 사람이 늘었다 해도 결국 몸과 마음으로 진정한 소통을 할 수 있는 주체는 사람이라고 본 것이다. 몸을 대표하는 아날로그에 마음(phil)을 합한 ‘필로그(phillog)’가 사람의 핵심 경쟁력이라는 얘기다.
증가 추세인 보험 설계사 역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고객 생애 주기에 공감하고 마음을 어루만지는 역할을 한다.
글로벌 컨설팅사 액센츄어에 따르면 고객의 82%는 복잡한 보험 상담 시 AI 챗봇보다 인간 설계사와의 대화를 압도적으로 선호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차적으로 AI 상담을 받은 다음 설계사를 찾는 경우가 늘었지만 결국 보험 계약을 맺게 하는 역할은 오프라인 설계사가 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세민/박시온/유지희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