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항공사는 비행기를 거의 전부 빌려서
사용한다.

비행기 임자는 다름아닌 자본금규모가 2만달러 혹은 1백달러에 불과한
리스회사.항공기 한대당 가격이 1천2백억원을 호가하는 상황이고 보면
재원의 출처가 궁금해진다.

이 알쏭달쏭한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가 바로 항공기리스금융이다.

이 금융은 먼저 항공기제작사와 항공사가 구매계약을 맺는 것에서 시작
한다.

계약후 항공사는 통상 인도 6개월전쯤 입찰방식을 통해 은행등 금융기관에
필요한 금융의 주선을 요청한다.

주간사 은행의 주도하에 신디케이션이 구성되고 자회사인 리스회사가
버뮤다 아일랜드와 같은 세금회피처에 설립된다.

항공기의 인도가 이뤄지는 날 리스회사가 구매계약에 따라 항공기제작사로
부터 비행기를 사들인다.

리스회사는 이를 그 자리에서 당초 계약자인 항공사에 대여한다.

김대규(37) 산업은행 국제금융부대리.

90년대들어 국내로 들어온 대부분의 항공기는 그의 손(항공기리스금융)을
거쳤다.

구매.리스.대출계약 등을 비롯해 채권보전을 위한 담보관계서류등 한 건의
항공기리스금융을 위해선 4백페이지가 넘는 계약서류를 처리해야 한다.

금융리스의 구조가 안정성을 지니고 있는지 정밀히 살펴보는 것도 필수적.

그러나 김대리는 믿기지 않게 이 모든 과정을 거의 혼자서 도맡아 한다.

업무의 모든 절차와 흐름을 꿰뚫고 있는 국내 유일한 사람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산업은행이 90년이후 12건의 항공기리스금융에 응찰, 11건을 낙찰받는데도
그의 공헌이 지대했다.

항공기리스금융의 "독보적 존재"란 타이틀을 얻은 것도 그래서다.

"89년 국제금융부로 처음 와서 한진그룹 계열담당업무로 시작했다.

한진담당이다보니 자연히 항공기 선박리스금융을 하게됐다"

업무와 연관되는 각국의 세법을 나름대로 꾸준히 공부하고 리스관련 책자와
논문들을 숙독하는 것외에 "딜 하면서 많이 배웠다"고만 비결아닌 비결을
털어놓는다.

논공행상에 따라 김대리는 지난해초 우수직원 총재표창을 받았다.

부상으로 주어진 것이 특별휴가와 제주도 2박3일 여행권.

그러나 또 다른 딜이 부인및 딸과의 휴가를 무산시켰다.

"일본에는 일본의 세법을 이용한 리스구조가 있다.

이를테면 고수익을 올리고 있는 사업자(투자자)는 리스물건가격의 20%
상당을 투자하면서 리스자산을 소유, 이를 1백%감가상각함으로써 절세효과를
거둔다.

또 절세자금의 운용수익을 리스료에 반영, 항공사에 낮은 금리수준에서의
리스물건취득이 가능하게 하는 리스금융이다.

자본시장의 개방과 함께 늘어날 딜(계약)에 대비, 한국형 항공기리스금융을
만들어내고 싶다"

경북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86년 입행, 직장생활 10년을 넘긴 그에게 이
꿈은 올해의 화두인지 모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