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화 < 산업연 연구위원 >

인적자원은 그 자체가 중요한 생산요소일 뿐 아니라 경제활동의 성과 내지
생산성을 궁극적으로 좌우한다는 점에서 경쟁력의 핵심 창출요인이다.

따라서 인적자원에 대한 교육.훈련 투자는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물론이고
기업이나 산업, 나아가 국가의 경쟁력을 확충하는 데 관건으로 작용한다.

우리 경제가 그간 이룩했던 고도성장이 인적자원에서의 비교우위에 기초한
것이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인적자원 면에서의 비교우위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산업현장의 기능.기술 인력 부족은 이미 만성화됐고 고급인력의 부족은
기술개발 활동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면서도 고학력인력은 여러 분야에서 공급과잉이 지적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상의 근본원인은 산업계의 수요와 괴리되어 진전된 고학력화에
찾을 수 있다.

고학력화는 70년대 중반부터 80년대 중반까지 빠르게 진행되었다.

70년대 중반까지 30만명을 밑돌던 고등교육기관 재학생수는 80년대중반
들어서는 1백20만명을 넘어 4배이상의 증가율을 보였고, 95년현재 1백80만명
에 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는 취학률이나 대졸인력 배출규모로 볼 때 세계에서
몇번째 안에 드는 고학력국가가 되었다.

고학력화 자체가 나쁜 것은 물론 아니다.

경제가 발전하고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면서 전문.기술인력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높아지며, 기술집약화.고부가가치화의 성패 여부는 고학력.
전문인력을 어떻게 양성하고 활용하는가에 달려 있다.

따라서 교등교육의 팽창을 통한 고급인력의 배출이 우리 경제의 성장에
어떻게 기여하였는가를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

문제는 고학력화의 큰 흐름속에서 산업현장의 기반인력충이 취약해지고
산업계의 인력수요와 괴리된 고학력자가 양산되었다는 데에 있다.

인문계 위주의 고학력화는 산업현장의 기능.기술인력 부족과 인문계
고학력자의 실업이라는 이중구조를 초래했고, 대학교육의 내실화가 뒷받침
되지 않음으로서 해서 이공계 인력마저도 질적 수준의 미비가 커다란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인문계 위주의 고학력화는 고등학교단계에서 실업계 고교의 위축으로
나타났다.

1980~1990년간 일반계 고교가 3백여개교나 늘어난 데 비하여 공업계 고교는
단지 4개교가 늘어났으며, 공고 재학생수는 이 기간 중 오히려 감소하였다.

그러나 공고 졸업자의 취업률은 이 기간 중 70%에서 90%대로 급상승,
공고교육의 위축이 산업인력에 대한 수요와는 반대방향으로 일어났음을
보여준다.

고학력화는 또한 청소년층 인력의 활용도를 낮추는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15~19세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10% 정도로서 일본이나 대만의
절반 구미선진국의 4분의1에 불과하다.

이는 무조건적인 대학선호현상으로 인하여 해마다 상당한 규모의 재수생이
양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력수요가 감안되지 않은 고학력화는 대졸이상 고급인력의 실업이라는
또다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70~80년 기간중 70%를 상회하였던 대졸인력의 취업률은 공급규모의
급증한데 따른 충격으로 85년에는 50%대로 급락하였고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공고나 전문대학에 비하여 현전히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특히 산업계의 수요는 이공계에 집중되는데 반해 고학력화가 인문계를
중심으로 이루어짐으로써 계열별 취업률 격차가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즉 공학계 졸업자의 취업률이 70%를 상회하고 있는 반면 인문계 졸업자의
취업률은 50%대에 머물고 있다.

이공계의 경우에도 인력양성이 분야별로 신축성있게 이루어지지 못한데다가
특히 질적인 면에서 산업계의 요구수준을 따르지 못하여 고급인력의 부족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대학교육의 기능을 크게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로서의 생산적 기능과 우수한
인재를 선별해내는 기능으로 나누어 볼때 생산적 효과가 상대적으로 취약
하였다는 의미가 된다.

인적자원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대학 이전단계의 기술교육을
대폭 강화하고 대학교육은 인력수요에 맞춰 양적 질적으로 확충함으로써
고학력화의 내실을 기하여야 한다.

지나친 고학력화를 지양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기술교육으로부터
기대되는 수익과 일반대학교육에서 파생되는 수익의 차이를 줄여줌으로써
대학교육에 대한 가수요를 낮추어야 한다.

지난 몇년간 대졸인력과 고졸인력의 임금격차가 줄어 들고 승징상의 차별이
완화되고 있으며 일부 대기업에서 학력철폐를 공표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필요성이 산업현장에서부터 강하게 인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