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모습과 매우 흡사하게 생긴 화성에는 다른 종류의 사람들이 살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19세기말까지 끈질기게 남아 있었다.

1877년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조바니 스카파렐리가 화성의 사막을 가로
지르는 규칙적인 좁다란 줄을 발견했다고 함으로써 이러한 생각을 더욱
부채질했다.

그는 그 줄을 "운하(카날리)"라고 이름지었다.

스카파렐리는 이 운하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하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은 화성에 운하가 있다면 그것을 만든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게 되었다.

미국의 천문학자 퍼시벌 로웰도 그 운하를 관찰한 끝에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설을 지지했다.

고도의 지능을 가진 화성인들이 거대한 운하를 건설하여 극지대의 만년설
에서 녹아내린 물을 저장했다가 사막에 관개를 한다는 것이었다.

그 결과 화성인을 소재로 한 공상과학소설들이 잇달아 출간되었다.

에드가 라이스 버로스의 "화성"연작(1912),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성
연대기"(1950), 프레더릭 브라운의 "화성인 고홈"(1995) 등이 대표적
작품들이다.

그러나 지난 70여년동안에 화성을 망원경으로 관측하고 우주선으로
탐사하여 얻어낸 연구 결과는 "화성인설"이 허구임을 밝혀 주었다.

특히 미국이 1976년에 발사한 혹성우주탐사선 바이킹 2호가 결정적 단서를
제공했다.

화성인설을 낳게 한 "운하"는 드라이 아이스로 표면이 뒤덮여진 극지방의
얼음띠였다.

또 대기의 성분이 이산화탄소 물 질소 뿐이고 표면의 대기압은 0.007기압,
최고온도는 섭씨21도에 불과한데다 표면의 대부분이 지구의 현수암과
비슷한 암석으로 뒤덮이고 지표에는 수많은 화산들이 있을 뿐이었다.

한마디로 화성은 생명체가 존재할수 없는 황무지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화성에 오는 2018년 우주비행사를 보낼 계획을
세우고 그에 앞서 올해부터 2005년까지 10여차례의 무인탐사선을 발사해
유인탐사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게 된다고 한다.

1969년과 72년 두차례에 걸쳐 아폴로의 우주인들이 지구의 위성인 달에
발을 내디딘데 이어 태양계 혹성의 유인탐사로는 처음 이루어지는 대쾌거다.

35억~38억년전 화성의 조건이 지구와 비슷했었으리라는 과학자들의 추정
으로 미루어 본다면 화성 유인탐사는 지구이외에 생명체가 있었거나
있는지의 여부를 알려주는 인류의 오랜 숙제를 풀어줄 단서를 제공할지도
모른다.

또한 21세기 어느 때엔가에는 아터 C 클라크가 "화성의 모래"(1951)에서
묘사했듯이 지구인들이 화성으로 이주해 그곳의 열악한 환경을 개조하게
될 것이라는 상상도 해 볼수 있을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