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우 < 제일금융연 금융경제실장 >

지난 80년대가 선진 금융기관들의 리스트럭처링, M&A, 금융공학의 시대
였다면 90년대는 리스크(위험) 관리의 시대라 할 정도로 최근들어 리스크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강조되고 있다.

더구나 지난해 영국 베어링사가 주가지수 선물거래에 의한 손실로 파산하고
일본의 다이와 은행이 뉴욕지점에 있었던 금융사고로 합병설까지 나오게되자
리스크 관리가 금융기관 생존의 문제로까지 인식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금융기관에서의 리스크란 가급적 회피만 하면 된다는
소극적인 관리대상에 불과했었다.

그러나 80년대이래 추진된 금융의 자유화.국제화등의 진전으로 자산.부채의
가치가 민감하게 변동하고 시장의 구조변화로 수익기반이 크게 흔들리게
되자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이 경영상의 주요과제로 떠오르게 되었다.

은감원이 지난해 12월 새로 마련한 "일반은행 경영평가제도 개편안"도
은행의 질적 경영체제와 효율적 리스크 관리체제 구축을 건전경영지도
(prudentialregulations)차원에서 유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수 있다.

리스크 관리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지기는 증권업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증감원은 증권사들의 리스크관리체제가 조기에 구축될수 있도록 내년 4월
부터 자기자본 규제제도를 본격 시행키로 하였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의 재무관리 행태도 이제 리스크 관리 중심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이와 같이 당국이 건전경영을 유도하며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대내외적 금융환경의 변화가 컸기 때문이다.

대내적으로는 효율성 중시의 금융시스템 구축과정에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가되어 안정성이 크게 저해되었고, 대외적으로는 WTO체제 출범으로 시장
개방압력이 가중되고 국제결제은행(BIS)에 의한 건전경영 위주의 감독이
강화되고 있다.

특히 97년 이후 도입될 BIS 신규제안은 종전의 신용위험뿐만 아니라 시장
위험에 대해서도 일정비율의 자기자본 보유를 의무화할 예정이다.

또한 금융자유화.국제화 추진과정에서 생겨난 신종 시장리스크의 양적
증가가 괄목할 만하다.

일례로 90년 이후 5년동안 우리나라의 대표적 시장금리인 3년만기 회사채
수익률의 변동성이 그 이전보다 69.4%나 증가되었다.

이러한 리스크의 양적 증가 이외에도 이스크와 수익 사이의 비례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등 질적인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지금까지 금융기관들은 규제환경하에서 낮은 리스크로 비교적 높은 수익을
누릴 수 있었지만 이제는 종전과 동일한 규모의 수읽을 오리는데 더 큰
리스크를 부담해햐만 한다는 얘기다.

최근들어 우리나라 금융기관들도 계량화된 리스크를 수익과 연계하여
자산.부채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자산부채종합관리(Asset-Liability
Management: ALM)체제의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ALM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앞서 성공적인 리스크 관리를 위한
기본적 전제가 무엇인지 먼저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리스크 관리체재는 영업점을 단위로 한"분산식 관리"와 본부의
"집중식 관리"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전행적 시스템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여기서 우리나라 라인조직에 관행적으로 만연되어 있는 "부처 이기주의"를
배제하기 위해 미국은행들의 CFO(전무급 재무담당중역)에 해당하는 상급
임원의 직속기수로 ALM위원회를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질적 경영체제의 구축이다.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이익률(ROA)과 BIS 자기자본비율등과 같은 질적 경영
지표에대한 관리-유지-평가체계가 구축되지 않고서는 ALM이 효율적으로
운용될 수 없다.

셋째, 미국 은행들의 ALM발달 역사에서 보듯이 최고경영층이 먼저 ALM을
전략경영의 핵심수단으로 인식하고 이러한 전향적 사고를 중간관리자 이하로
확산시켜야 한다.

끝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보 하이웨이시대의 변화를 수용하는
"혁신적 마인드"와 과거의 틀을 바꾸는 "전략적 사고"가 조직전체에 확산
되었을 때 비로소 ALM을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