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붕괴는 한국 건설업계의 현실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로 꼽힌다.

이같은 대참사는 건설업이 국가경제를 지탱하는 중추산업의 하나임에도
그동안 건설 각분야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연구검토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어쩌면 예정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최근 발생한 우성건설의 부도 역시 부동산경기 침체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무리한 사업확장이 직접적인 원인이겠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환경분석에
실패한데 따른 것이라고 할수 있다.

건설업 전반에 걸친 체계적 연구가 그 어느때보다 절실한 상황에서 건설의
기술공학적 지식과 경영학적 사고체계의 접목을 시도한 "건설경영"(21세기
북스간)이 출간됐다.

김인호 국방부건설기술과장이 펴낸 이책은 건설에 대한 지금까지의 협의적
기술적 접근방식에서 탈피, 기술 비용 제도 시간및 참여자의 가치체계와
이해관계, 장기적 안목의 의사결정전략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건설경영(Construction Management)은 하나의 틀을 파괴하고서라도 더나은
운영방식을 찾아가는 보다 적극적인 개념입니다. 짜여진 틀속에서 운용되는
"관리"의 개념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점이죠"

그래서 그는 기술지향적 사고방식에서 초래되는 국내 건설업 제반문제의
해결은 건설환경을 정확히 인식하는 데서 출발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왜(why)보다 어떻게(how)에 관심을 두는 기술지향적 사고에서는 오직
신기술 도입만이 관심사일 뿐입니다. 왜 그 기술을 도입해야 하고 그럴 경우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에 대한 고려는 하지 않는 것이지요"

이책에서 그가 밝힌 대안은 건설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 아래 적절한
문제해결범위를 설정한 다음 창조적 미래지향적 시각을 종합해 해결방안을
강구하는 것.

이를 위해 건설경영학적 사고체계와 건설경영시스템, 또 시스템과 관련된
여러 의사결정모델과 의사결정전략을 차례로 제시하고 있다.

"건설은 기술 제도 공법 사람 시간이라는 여러 요소가 연관돼 있습니다.
사람만 하더라도 각 부문마다 의견이 다르게 마련입니다. 이 모든 의사결정
과정을 일관되게 관리조정하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죠"

동시에 건설은 일회성 작업이 아니라 건축, 유지및 관리, 재건축으로
이어지는 순환구조임을 고려할때 결과만을 중시하는 계량적 기술적 접근에서
벗어나 과정을 중시하는 새로운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궁극적으로 새로운 개념의 매니지먼트 패러다임을 소개한 저자는 국내
건설업계도 서둘러 한국적 건설모델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힌다.

과학적 모델을 바탕으로 건설기술자 유.무형의 판단과 경험이 결합되는
우리식 틀이 정립돼야 한다는 것.

저자는 서울대건축과를 나와 93년 영레딩대에서 건설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 김수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