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3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회의실에서 글로벌 문화 중추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국제문화정책 추진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문체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3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회의실에서 글로벌 문화 중추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국제문화정책 추진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문체부
12만7000명. 세계 각지에 위치한 세종학당에서 우리말을 배우는 외국인의 숫자다. 2018년 약 6만2000명이던 학생 수가 5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 방탄소년단(BTS)으로 대표되는 K팝부터 영화 ‘기생충’ 같은 K콘텐츠 등 한류가 글로벌 주류 문화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임윤찬의 활약 등 기초예술 분야의 위상이 높아진 영향도 있다.

이처럼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전방위적으로 커지고 있지만 이에 대응하는 정부의 국제 문화 교류·홍보 정책 체계가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류를 키워드로 정책을 총괄할 컨트롤 타워가 없고 문화예술, 콘텐츠, 관광, 체육 등 각 분야별로 정책이 따로 이뤄지다보니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3일 ‘국제문화정책 추진전략’을 발표하고, 국제문화정책 지원체계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힌 이유다.

문체부는 우선 부처 내에 국제문화정책협의회를 운영해 분야별 정책을 속도감 있게 조율하고 효율적인 협업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문체부 측은 “분절적으로 이뤄지던 국제교류 사업을 조정할 총괄 추진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해외 각지에 흩어져 있는 한류 관련 기관들도 기관 간 칸막이를 허물고 유기적인 결합이 가능하도록 역할을 조정한다. 세계 34개국 42개소가 있는 재외 한국문화원이 한국관광공사 해외지사, 한국콘텐츠진흥원 해외 비즈니스센터, 세종학당 등을 이끄는 구심점이 되는 것이다.
4일(현지시간) 로마 아르젠티나 극장에서 국립극악원 '세자의 꿈' 무대가 펼쳐지고 있다. /문체부 제공
4일(현지시간) 로마 아르젠티나 극장에서 국립극악원 '세자의 꿈' 무대가 펼쳐지고 있다. /문체부 제공
이를 위해 문체부는 지난 2월 국제문화교류와 해외 한국문화 홍보기능을 전담하는 ‘국제문화홍보정책실’을 신설해 운영 중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문화원이 K컬쳐 전초기지가 될 수 있게 기능을 확충해 365일 고품격 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운영할 계획”이라며 “문화원이 없는 지역에선 세종학당이 ‘작은 문화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능을 확대한다”고 설명했다.

또 국제문화교류지원 전담기관으로 지정된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설치 근거를 법제화하고, 예술경영지원센터 등 다른 기관의 국제문화교류 사업도 진흥원 중심으로 재편키로 했다. 이에 따라 개별적으로 이뤄지던 소규모 행사들도 단일 브랜드로 통합해 대외 인지도를 높일 방침이다. 예컨대, 문예기금과 한국문화원을 통해 별개로 운영하던 문화행사 순회 지원사업을 ‘투어링 K-아츠’로, 기업 대상 행사는 ‘코리아 엑스포’라는 브랜드로 일원화하는 식이다.

수교나 올림픽 같은 국제 행사를 계기로 한국문화를 집중 홍보하는 행사인 ‘코리아 시즌’ 규모도 키운다. 연간 10개 내외 대상 국가를 선정해 개최를 검토하고 이를 총괄할 예술감독도 선임한다. 부처간 긴밀한 협업으로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등이 참여하는 K-박람회를 연 2회 이상 개최해 한류의 경제적 효과도 챙긴다는 게 문체부의 구상이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높아진 시점에서 우리 문화의 매력을 알리는 게 목표”라며 “한국이 ‘글로벌 문화 중추 국가’로 도약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체육관광부
유승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