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시일안에 추가금리인하는 없다"

독일 분데스방크(중앙은행)의 티트마이어총재는 20일 선진7개국(G7) 재무
장관및 중앙은행총재 회담을 끝내면서 이렇게 잘라말했다.

침체조짐을 보이고있는 유럽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미.독간 금리협조인하
합의가 있으리란 예상을 완전히 뒤엎은 발언이었다.

실제로 이날 하룻동안 파리에서 열린 G7회담은 독일금융완화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은 한마디도 없이 막을 내렸다.

바이겔 독일재무장관도 "독일경기는 후퇴국면이 아니다"라며 티트마이어
총재의 발언을 뒷받침했다.

그는 "현재 독일경제가 다소 둔화조짐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노동시장
탄력화와 정부지출삭감으로 치유될수 있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금융정책에는 손대지 않겠다는 얘기다.

티트마이어총재는 실제 G7회의에서 "독일은 지난 12월에 금리를 인하했으며
장.단기 금리가 이미 18년만의 최저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
다른 G7회원국의 금리인하 목소리를 사전에 막아버렸다.

독일금리뿐만이 아니었다.

이번 G7회의에서 내린 유럽경기에 대한 판단도 일반적인 분석과는 사뭇
달랐다.

"현재 유럽경제는 침체기가 아니며 크게 봐서는 여전히 회복기조에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이 나왔다.

일부 경기둔화의 조짐이 있기는 하지만 이는 단기적인 현상일 뿐이며 곧
회복될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분석이었다.

미.독금리 인하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던 것도 바로 이같은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이날 G7회의는 세계 경제회복을 위해 재정적자 감축이 시급하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각국이 필요한 대응책을 마련키로 합의하는 선에서 끝났다.

그러나 환율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정리가 있었다.

G7국가들은 달러화가 앞으로도 더욱 높아져야 한다는데 만장일치로 합의
했다.

유럽경기의 부양이나 일본의 경기회복 가속화를 위해서도 달러고는 바람직
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렇다고 유럽경제에 대해 장밋빛 일색의 분위기는 아니었다.

서머스 미재무차관은 회담직후 기자회견에서 "G7은 유럽이 앞으로 성장을
지속할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회의관계자는 모든 참석자들이 내심독일금융정책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와관련, 바이겔 독일재무장관도 "독일이 경기침체기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상황이 제기능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지는 못하다"며 경기부양
의 필요성을 시인했다.

이런 애매모호한 G7결과를 분석하는데는 예년의 G7회의 관례를 떠올리는게
도움이 된다.

G7회원국들은 환율등 논란거리가 되는 이슈에 대해서는 본회의에 앞서
양국간 회의에서 사전조율하는 경우가 많았다.

금융시장의 동요를 막기 위한 조치이다.

이번회의도 예외가 아니었다.

미.독 양국은 이번에도 G7직전에 재무장관및 중앙은행총재간 회의를 각각
가졌다.

여기서 금융문제에 대해 입을 맞췄을 가능성이 크다.

이때문에 독일이 때를 봐가며 경기부양을 위한 금융완화에 들어가리란
추측이 조심스레 대두되고 있다.

이번 회의 이면에는 "미.독밀약"이 있었으리란 얘기가 설득력을 갖는 이유
도 바로 여기에 있다.

< 노혜령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