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초 우리 한화에너지(주) 산악회는 천삼산등정을 하였다.

올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늦은 단풍길에 오른 것이다.

아니다 다를까 우리가 탄 버스가 서울을 벗어나자 만산홍엽이었다.

천삼산은 강원도 원주 가나안 농군학교를 싸안고 있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산이다.

우리 동호회는 근자에 들어서 비교적 젊은층이 주류가 되고 있으나
몇년전만 해도 다양한 계층이 동호동락하였다.

또한, 3년전까지도 국내 정유사 등반대회가 활성화되었는데 무슨
연유에선지 이제는 그런 다목적 산행도 사라지게 되었다.

올해들어서는 소백산을 시작으로 대둔산, 북한산 종주등 다양한 내용으로
우리 산악회가 유지되었다.

산이좋아 개인 산행말고도 사내 동호회를 찾는 비서실 정승진부장의 경우는
항상 끊이지 않는 신선한 이야기와 미담으로 회원들의 오빠도 되고 형도되는
만인에게 향기로운 사람이다.

그러다보니 세상 많은 병중에 동호회원중 병치레한사람은 여태 본적이없다.

건강한 약수에 흥겨운 상행 정담이며 스트레스를 일체 제거하는 즐거운
웃음이 그치지 않으니 병이란 참으로 우리에게 먼 친척일뿐이다.

금번 천삼산의 경우는 인적이 거의없는 꽤 조용하고 아득한 산이었다.

조용한 풍경소리(모두 숨을 죽이니 웬 벌레소리와 풍경소리 뿐이었다)와
그윽한 단풍잎 내음들이 머리를 식혀주었다.

산행의 흔적이 없는지라 몇해 묵은 낙엽이 올해것과 쌓여 참으로 오랜만에
깊은 눈같은 낙엽을 밟고 다녔다.

하도 낙엽이 많은지라 회원들한테 산행중에 절대 금연토록 당부할 정도
였다.

당부인즉슨 담뱃불로 불이라도 나면 뻔히 우리외에는 없는 산중이고보면
회장으로서 어떤 의무감보다도 더럭 겁도났던 모양이다.

낙엽에 미끄러지길 몇번 옛날 암자가 있었다는 천수암터에 이르렀다.

스님 말대로는 이곳 약수가 우리나라에 3대약수라 자랑을 하여 그렇게 다
믿고 먹으니 달긴 달았다.

항상 산행이 즐겁기 무량한 것이나 하산후 마을 초입까지 내려오는 길도
표현할수 없이 깊은 안식을 준다.

또한 우리 산악회는 요기를 할양이면 언제나 일정한 식당을 찾기보다는
그저 그동네 허름한 구멍가게에서 듬뿍 막걸리와 같이 식사를 부탁해 먹는
습관이 있다.

제멋대로 편안히 앉아서 우선 막걸리에 급한대로 김치 몇점해서 마시다
보면 구멍가게 아주머니는 신이나서 앉힌 깨끗한 쌀밥과 집에서 먹던
김치며 뭐며 있는대로 내놓고 미안해 한다.

이런것에 대해 충분한 대가를 하는것 또는 우리의 기본이다.

뽕작 잘하는 국제팀 도종영대리의 노래를 들으며 춤잘추는 전력팀 최상도
대리, 권순자양의 솜씨를 보노라니 절로 모든 일들이 흥겨웠다.

거기에다 과수원에서 직접 사와 개울에서 흥청흥청 씻은거라며 영업팀
최정호 과장이 내놓은 사과가 이번 산행에서의 백미였으니.

서로 적당한 취기에 다같이 부르는 노래에 무엇 또 따로 서로의 마음을
느끼고 유대를 되새길 필요있으랴.

그들 또한 언제나 산행을 찾는 이들이지만 지금은 구소련지역의 카자흐스탄
으로 현지 파견간 김종서 차장은 그곳에서도 가끔 우리 산악회의 활동을
묻고 지금은 그곳의 천산에 오른다 한다.

이렇게 모두가 건강하니 일이 즐겁고 가정 평안하다.

건강한 사람들이 있으니 회사 기운 또한 전도양양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