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 변경한 차를 자주 선보여 모델의 수명을 늘린다"

완성차업체들의 신차개발전략이 바뀌고있다.

완성차업체들은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기위해 얼마전까지만 해도 신모델
개발에 주력했다.

그러나 이제는 모델교체를 지양하고 대신 기존 모델의 외관과 내부장식을
일부 변경하는 페이스 리프트(face lift)나 외관과 엔진기능을 함께
개선시키는 마이너 체인지(Minor change)를 통해 부분변경한 차를 자주
선보이는 쪽으로 선회하고있는 것.

대우가 내년 6월로 잡고있는 프린스 후속모델 "V-100"의 시판에 앞서
18일 "뉴 프린스"를 선보인 것 만해도 그렇다.

프린스모델이 처음 나온게 지난91년 하반기니까 4년반만에 모델
부분변경을 한셈인데 대우는 그로써 소비자들에게 신선감을 줌과 동시에
프린스모델의 수명을 연장하는 이중의 효과를 거둔 것이다.

현대와 기아의 "새옷 갈아입히기"(마이너 체인지)는 대우보다도
더 빠르다.

현대는 내달6일 신차발표회를 통해 쏘나타 를 내놓는다.

쏘나타 이 88년부터 5년동안, 쏘나타 가 93년부터 2년반동안 판매된
것과 비교하면 마이너체인지 사이클이 절반 가까이로 앞당겨졌다는 얘기다.

특히 쏘나타 가 아반떼가 나오기 전까지 국내 "베스트셀러 카"의
대명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나타 로의 마이너체인지는 엄청난 변화다.

"아무리 좋은 옷이라도 오래 입으면 식상하기 마련이어서 옷을
갈아입힌다"(승용상품기획실 L이사)게 현대측 설명이다.

기아는 작년8월 선보인 크레도스의 뒷부분을 바꾼 부분변경 모델을
상반기중에 선보일 계획이다.

크레도스 모델이 나온지 1년도 않돼 페이스 리프트 모델을 내놓는다는
것이다.

완성차업체들이 모델교체의 기간을 늘리고 대신 부분변경 모델을 자주
선보이는 쪽으로 신차전략을 수정한 배경은 무엇인가.

이유는 간단하다.

신모델 개발에 엄청나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기아의 경우 크레도스 개발에 무려5천억원(시설비포함)을 쏟아부었다.

이에반해 "마이너체인지에 따른 투자비는 모델교체에 드는 비용의
10분의 1수준"(기획실 P과장)이라는 것이다.

마이너체인지모델이 신모델에 비해 비록 신선도면에서 떨어지긴 하지만
투자비절감과 수요창출면에서는 유리하다는 얘기다.

지난80년대초 일본업체들이 북미시장에 진출하면서 모델수명을
미국메이커에비해 평균 3년앞선 3-4년 정도로 앞당겼다가 최근에는
4-5년으로 늘리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게다가 모델당 판매대수는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국내시장의 경우 93년을 정점으로 모델당 월 판매대수가 감소하고 있다.

모델 다양화의 영향이 컸다.

국내 승용차 모델은 지난76년 6개에 불과하던 것이 작년에는 28개로
4.7배 증가했다.

모델당 판매량이 감소하는 상황에선 마이너체인지를 통해 수요를
새로 창출하겠다는 게 업체들의 전략인 셈이다.

세단형 승용차를 기본으로 왜건 쿠페형 차종으로 넓혀가는 "파생차종"과
함께 마이너체인지 모델을 자주 선보이는 것은 당분간 국내 자동차업계의
큰흐름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이성구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