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 특약 독점 전재 ]]]

지난해 11월 25일자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의
역할과 미래에 대해서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기사를 실었다.

오사카정상회담에서 채택된 행동지침이 법적 구속력이 없는데다 수사적
문구로만 가득찼다는게 비관적으로 보는 근거였다.

이코노미스트는 APEC이 실질적으로 역내교역을 촉진하고 세계교역활성화에
보탬이 되려면 보다 명확한 실천방안과 체계적인 조직을 구성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역내교역자유화란 명분으로 다른 지역에 대한 무역장벽을 높일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코노미스트의 시각에 대해 프래드 버그스탠 미국제경제연구소
(워싱턴)소장이 정면으로 반박, 이코노미스트 1월6일자에 기고했다.

버그스탠박사의 기고문을 간추려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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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의 미래에 대한 비관론자들은 지난해 11월
일본 오사카에서 채택된 행동지침을 "말잔치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또 18개 회원국들의 사정이 너무 달라 APEC 행동지침이 실행에 옮겨질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만약 행동지침이 일정에 맞춰 실행되지 않는다면 APEC는 걷잡을 수 없이
분열될 것으로 비관론자들은 예상했다.

이런 비관론의 입장을 단적으로 보여준게 지난 11월 이코노미스트지에
게재된 APEC관련 기사였다.

APEC는 그러나 느슨한 국가간 공동체가 아니다.

명확한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태평양의 경제번영을 가로막을 수 있는 보호주의 물결을 공동으로
저지하자데 APEC회원국들은 뜻을 같이 한다.

유럽과 북미의 경제블록에 맞서기 위해서는 APEC회원국들도 비슷한 형태로
단합해야만 한다.

또 아.태지역의 안보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APEC는 반드시 존재해야할
기구다.

지금까지 APEC회의에서 지역안보문제가 공식적으로 거론되진 않았지만
APEC는 실제로 지역안보유지에 중요한 몫을 한다.

지난 1세기동안이 지역 안보불안의 불씨였던 중국과 일본이 APEC이라는
틀속에서 오히려 안보의 파수꾼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APEC회원국의 자격으로 미국이 계속 동아시아지역에 개입하는 것 또한
안보체제를 다지는데 큰 보탬이 된다.

지난해 11월의 오사카 APEC정상회담은 야심찬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법과 절차에 대해 합의했다.

일본과 한국의 농산물분야 예외인정 요구에도 불구하고 고역자유화의
포괄성원칙이 순조롭게 합의됐다.

관세조화와 인하 등을 통해 역내교역을 촉진하자는데도 APEC회원국들은
흔쾌히 동의했다.

이에따라 실제로 일본이 시설재수입관세를 우루과이라운드(UR)에 약속한
일정보다 앞당겨 내리기로 했고, 중국은 올4월부터 전체수입관세율을 평균
30% 인하키로 하는 등 APEC회원국들의 교역자유화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APEC 오사카회담에서 채택된 강령과 행동지침을
"애매모호"하다고 지적했으나 APEC회원국들은 오사카합의에 따라 교역
자유화에 실제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UR 관세무역일반협정(GATT)이 이행되는데는 8년이 걸렸으나 APEC회원국들은
협정을 맺은 뒤 2년만에 행동에 들어간다.

목표와 원칙이 애매하다면 도저히 이렇게 발빠르게 움직일 수 없다.

APEC는 그러나 법적 강제력 없이 각 회원국의 자발적 의지에만 의존하는
것은 사실이다.

또 구심점 역할을 할 상설기구도 없다.

오사카 행동지침이 선언된뒤에도 APEC를 국가간 단순협의체로 보는 시각이
팽배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형식이 아니고 내용이다.

APEC회원국들이 어떤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UR의 푼타 델 에스테협상 보다
훨씬 강도 높은 협상절차를 거쳤다.

오사카행동지침은 9개월여간의 난상협상 끝에 완성된 작품이다.

또 법적 강제력이 없는 합의문일지라도 APEC회원국들은 어느 국제협정
못지 않게 그 합의문을 철처히 준수했다.

조직의 구심도 지난 3년동안 미국 인도네시아 일본 등의 순으로 각 1년씩
의장국을 맡으며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최근들어 미국이 APEC에 미온적으로 참여해 불길한 전조로 내비치고 있으나
이 또한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왜냐하면 수출을 통해 실질국민소득을 높여하는 미국으로서는 전세계에서
성장 잠재력이 가장 크고 실제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아시아.태평양시장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APEC의 역내교역자유화가 결과적으로 거대무역장벽지대를 형성해서는
안된다.

APEC회원국들도 역내교역자유화를 촉진함으로써 세계교역자유에 앞장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내년에 필리핀에서 APEC정상회담이 개최된 다음 2-3주만에 인근
싱가포르에서 1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담이 열린다.

APEC회원국들이 필리핀에서 수립한 교역자유화방안을 세계교역의 준거틀로
제시하게 되면 APEC는 세계교역자유화의 선도역할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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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 Asian push for world - wide free trade''
Jan 6, 1996. @The Economist, London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