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비셀로판테이프업체 만코의 잭 칼 사장(56)은 기업을 마치
하나의 종교처럼 이끌어 가는 기업인이다.

그는 직원들에게 "믿음"을 유달리 강조한다.

그렇다고 신이나 주의 주장에 대한 믿음이 아니다.

회사제품에 대한 믿음이다.

기회가 날때마다 종업원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한다.

"사람들은 상품을 믿기때문에 사는 것이 아니다.

상품에 대한 자신감과 믿음을 갖고 있는 세일즈맨을 보고 구입한다"고.

칼사장은 특히 영업사원들에게 제품에 대한 자신감과 믿음을 가지라고
당부한다.

소비자들은 자신감으로 가득찬 기업의 제품을 대하면 사지 않고는
못배긴다는 게 그의 신조다.

자수성가한 기업가들이 대부분 그렇듯 그도 찢어지게 가난한 집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부친은 생활능력이 없는 결핵환자였고 집안은 6남매로 득실댔다.

겨우 일곱살의 코흘리개였던 지난 47년 어느 추운 겨울날 칼은 가족을
위해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만 했다.

집앞을 지나가는 신문배달트럭을 무작정 세우고는 신문배달을 하겠다고
졸랐다.

그리고 24년이 흐른 지난 71년, 6년간의 월급쟁이 생활을 청산했다.

세일즈매니저로 일해오던 멜빈 앤더슨이라는 조그마한
산업용테이프생산업체였다.

6년간 헌신적으로 일해 매출을 800만달러로 10배 가까이 불려놓았다.

그러나 돌아온 대우는 박했다.

월급이야 그런대로 받았지만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보너스라고는
없었다.

서운한 마음으로 사직서를 회사에 제출했다.

그러자 그당시 사장은 뜻밖의 제안을 했다.

자기회사를 인수해서 직접 경영해보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동안 저축해두었던 5만달러와 은행융자 19만2,000달러를 합친
24만여달러로 자신이 다니던 회사를 인수,만코로 개명했다.

만코는 해외에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기업이지만 미국내에서는
쟁쟁한 기업이다.

미국의 비셀로판테이프시장중 48%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기반이
탄탄하다.

이 시장에서 세계적 기업 3M만이 유일한 경쟁상대일 정도이다.

지난해 매출은 94년보다 30% 증가한 1억3,000만달러(1,000억원)에
달했고 900만달러의 이익을 냈다.

90년대들어 세계적인 불경기로 많은 미국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때 칼사장은 지난 5년간 연평균 15%씩 회사규모를 키웠다.

혼신의 열과 정을 쏟아 제품을 만든후 품질에 대해 확고한 자신감을
갖고 영업전선에 뛰어든 결과일 뿐이라고 그는 담담하게 기업성장비결을
털어놓는다.

칼사장이 회사와 제품에 대한 믿음을 유달리 강조하고 있는 데는
그럴만한 연유가 있다.

어릴때 너무도 어려운 삶에 지쳤던 그는 생에 대한 회의로 신학대학에
들어갔다.

신학공부를 하면서 무슨 일이든 믿음을 가지고 임하면 못할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칼사장은 지금 원대한 포부를 안고 있다.

금세기안에 회사를 연간매출 10억달러규모의 대기업으로 키운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른 기업을 인수할 생각을 갖고있다.

미국에는 기업인수합병 (M&A)시장이 잘 발달돼있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꿈이 실현될 날도 멀지않았다는게 주변의 예상이다.

< 이정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