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은행들의 화두는 단연 "중소기업"이다.

대출기간을 연장해준 은행이 있는가하면 대출절차를 대폭 간소화한 은행도
있다.

가히 경쟁적이다.

비단 정부가 "중소기업=절대선"으로 설정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대기업의 탈은행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가계나 중소기업고객확보가 그 어느때보다 중요해졌다.

은행들이 중소기업 지원확대방안을 내놓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중에서도 외환은행의 중소기업지원책은 가히 획기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우량중소기업의 운전자금에 대해선 3년거치후 5년분할상환이 가능토록 했다.

다른 어느 은행에서도 찾아볼수 없는 파격적인 조치다.

이 조치의 실무작업을 진행한 사람이 바로 여신지원부의 이한주계장(30)
이다.

이씨가 맡고 있는 업무는 여신제도의 전반적인 기획과 각종 여신규정의
개정이다.

불합리한 조항은 뜯어 고치고 가급적 편리한 여신제도를 개발하는게 이씨의
일이다.

일이 일인 만큼 이씨는 5백여쪽에 달하는 여신규정집을 환히 꿰뚫고 있다.

까다롭기만한 보증.담보.사후절차.기업분석등 어느 한가지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이씨는 이미 외환은행의 여신전문요원이다.

1년전 까다로운 선발과정을 거쳐 여신담당 예비전문요원으로 선정됐다.

그후 6개월동안 연수과정을 거쳤다.

책임자(대리)로 승진하면 정식으로 전문요원이 된다.

어떻게보면 평생을 여신만을 취급하며 살아가야할 사람이다.

그래서 이씨는 여신분야에 대한 나름대로의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다.

"여신이란 기본적으로 은행이 고객으로부터 받은 돈을 기업에게 댓가를
받고 빌려주는 것이지 절대 시혜나 혜택이 아닙니다.

그런만큼 대출자격이 있는 기업이 있다고 판단되는 기업에게는 가급적
좋은 조건으로 가장 빠른 시일내에 대출을 해주는게 중요합니다"

그래서 "여신담당자는 기업들의 살아있는 생생한 요구를 언제든지 귀담아
들어 이를 제도에 반영해야 한다"고 이씨는 강조한다.

외환은행이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조치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고 이씨는 말한다.

"돈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게 중소기업인이상 종전과는 달리 파격적인
발상의 전환을 이룬 덕분"이라는 것이다.

"최근 전국영업점에서 은행직원들이 중소기업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올해를 "중소기업지원및 유치의 해"를 정한데 따른 것이죠.

앉아서 장사하던 이전에는 상상할수도 없는 일입니다.

이런 노력이 은행의 실적향상으로 연결될수 있도록 체계적인 제도보완을
꾀하는게 주어진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창조성과 개척정신으로 무장하고
자신만의 전문분야에 도전하는 신세대다운 사고이다.

이렇게보면 이씨야말로 21세기 금융산업을 책임져야할 신세대금융인이다.

< 하영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