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는 유전자 요법을 이용, 간암등 유전적 결함으로 인한 선천성
간질환을 치료하기위한 기술및 소재를 개발하는데 역점을 둘 계획입니다"

쥐띠해인 병자년을 맞아 서울대학교 유전공학연구소의 "쥐띠 박사"
임정빈소장(48)은 새해설계를 이같이 밝힌다.

유전자 요법은 외부의 유전자를 세포내에 주입, 결손된 세포의 기능을
교정하거나 기능을 강화하는 것으로 현대 생물학의 최신이론과 기술이
망라된 첨단분야.

현대생물학의 꽃이라고도 불린다.

임소장이 현재 심혈을 기울이고있는 연구분야는 유전자 요법을 통해 간암을
억제하는 유전자 "P53"의 돌연변이를 억제함으로써 간암의 치료방법을 찾는
것이다.

유전자 요법 연구에 대한 그의 애착과 소명의식은 남다르다.

"유전공학은 인류가 심각하게 직면하고 있는 식량부족 자원고갈 난치병
환경오염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마지막 희망이자 보루입니다"

그는 이과정에서 실험용 쥐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쥐는 생화학적으로 사람과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지구상의 포유동물
가운데 유일하게 인간과 유전자배열이나 염색체성상등이 비슷해서 유전공학
의 발전에 가장 많은 공헌을 하고 있는 동물입니다"

현재 일반화된 각종 백신들이나 의약품의 효능은 대부분 쥐를 통해 검증
되었다고 한다.

그는 지난달 28일 연구소 학생들과의 망년회에서 한햇동안 실험실에서
숨져간 모르모트에 대해 잠깐의 묵념시간을 가졌다고 소개한다.

"쥐의 해인 올해도 수천마리의 쥐들이 실험용으로 희생될 것입니다. 그들도
하나의 생명이기에 인류의 행복한 미래를 위한 희생은 고귀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쥐를 이용한 유전자 요법연구의 대상은 상당히 넓다.

단일유전자 또는 여러 유전자의 결함으로 유발되는 선천적 질환이나
유전자를 포함한 각종 유인으로 유발되는 악성종양등 각종 난치병치료에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유전공학계는 유전자요법에 관한 연구가 현재의 추세대로 진행될 경우
가까운 장래에 인간수명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유전자요법 관련 소재들을 개발하고 제공할 목적으로
어플라이드 바이오테크널러지사 제네틱 테라피사 소매틱 테라피사 타게테크
트랜스진사등 수많은 전문회사들이 설립되고 있다.

이들 회사들이 노리는 것은 두말할 것 없이 유전자요법 소재들의 엄청난
시장성이다.

임소장은 "오는 2005년께 새로이 창출되는 의약품의 3분의 1은 유전자요법
을 사용해 특정유전자를 활성화 또는 억제하는 품목일 것입니다. 현재
암환자 1백만명중 3분의 1이 전통적인 암치료 방법으로는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유전공학과 관련된 시장규모는 상당할 것"
이라고 예측한다.

의약계에 유전자요법으로 인한 신산업군이 곧 등장한다는 얘기다.

그는 또 쥐와 관련, 미래산업으로서 "모델 마우스"의 도래를 예고하고
있다.

"모델 마우스"는 실험용 쥐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산업으로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이미 상용화단계에 들어갔다.

유전자를 합성하거나 인위적으로 염기배열을 조작함으로써 각종 실험에
적합한 조건을 갖춘 쥐를 배양, 공급하는 것이 이 산업의 요체이다.

"이제 유전자요법이라는 이름의 판도라상자가 열렸습니다. 신의 영역으로
알려진 생명을 다룸으써 고통받고 있는 인간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다면 절대자도 크게 언짢아 하시지는 않을 것입니다"

병자년을 맞아 "휴먼 진 테라피"(Human Gene Therapy,유전자를 치료하는
기술)의 완성을 다짐하는 쥐띠 박사의 각오가 새롭다.

< 조일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