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술의 해외 현지 생산시대가 열렸다.

진로와 두산경월이 중국에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올여름부터 "진로소주"
"그린소주" 등 우리상표의 소주를 현지에서 직접 생산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을 현지 수입상을 통해 수출하는 기존 방식과는
달리 현지생산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국내 기업이 현지 주류회사들과 동등한 자격으로 가격정책이나 판촉활동
등 마케팅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칠수 있게 된 것이다.

그만큼 우리술의 세계화도 앞당겨졌다.

영국의 스카치위스키 독일의 맥주 프랑스의 와인처럼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우리 명주를 갖고 싶다는 애주가들의 소망도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세계화의 선두주자는 단연 소주다.

아직은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 지역에 집중돼 있지만 매년 수출량이
급증하고 있을 뿐만아니라 올해부터는 중국 현지공장에서 생산된 우리
소주가 현지인들에게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진로는 중국 길림시의 백주업체인 길림시양주총창과 55대45의 지분으로
길림유한공사를 공동설립하고 지난 10월부터 "진로소주"란 고유브랜드로
소주를 생산,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갔다.

중국공장은 지난 6월부터 가동됐으나 그동안은 중국 현지제품인 백주를
생산해 왔었다.

현지공장은 25~40도짜리 "진로소주"와 35~45도 저도백주인 "진로주"를
연간 500만상자(360ml 30병들이)씩 생산할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진로는 여기서 생산된 제품을 길림성을 중심으로 흑룡강성 요령성 등
동북삼성지역에 판매하고 있다.

특히 진로는 매출이익외에도 "진로"라는 고유브랜드를 사용하는 대가로
중국측으로부터 판매액의 3%에 해당하는 금액을 상표로열티로 받고 있다.

진로 관계자는 "현지 판매가격은 다소 비싼 편이나 품질이 좋고
알콜도수도 25~40도로 중국술보다 다소 낮아 중국인들이 좋아한다"고
밝혔다.

두산경월도 중국 길림성 용정시에 연변두산양조유한공사란 현지합작
회사를 설립하고 지난 10월부터 "그린소주"란 고유브랜드로 제품을 생산,
이를 중국 동북지역 및 러시아 등지에 판매하고 있다.

두산경월의 중국소주공장은 대지 1만2,000평 건물 3,500평 규모로
연간 100만상자(360ml 40병들이)의 그린소주를 생산할 수 있는 최첨단
시설을 갖추고 있다.

특히 두산경월은 연차적으로 생산능력을 연간 1,000만상자 규모로
늘려갈 계획이며 판매지역도 중국과 러시아 전역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현지 직접생산외에 수출량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국산 소주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일본에서의 활약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올해 일본에 수출된 진로소주는 2,800만달러어치.

86개 소주회사가 각축을 벌이고 있는 일본시장에서 진로는 시장점유율
기준 93년 8위 94년 6위에 이어 올해는 5위를 기대하고 있다.

담백한 맛을 좋아하는 일본인의 입맛에 맞춘 제품개발외에 중간상인에게
마진을 보장함으로써 유통망을 확보하고 일본제품보다 비싼 가격을 고수,
고가 고품질 제품이란 이미지를 구축한게 성공요인으로 진로측은 분석하고
있다.

두산경월도 최근 산토리위스키와 계약을 맺고 연간 600만달러어치
30만상자(700ml 12병들이)의 그린소주를 일본에 수출했다.

두산경월 역시 철저한 현지화전략을 구사, 수출품의 패키지디자인을
양주느낌을 주도록 개선했으며 현지 신문과 방송에 대대적인 광고를
게재, 그린소주붐을 일으킨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보해양조의 "비단소주", 보배의 "동대문" 등 우리소주의 해외
수출이 순풍을 맞고 있다.

< 이영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