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식시장이 침체를 보인데에는 무엇보다 경기관련주의 약세가 한몫
했다고 할 수 있다.

경기관련주는 경기과열이니 경기정점이니 하는 논쟁들에 잇따라 휘말리면서
올해 형편없는 성적을 기록했다.

경기관련주중에서도 특히 유화주와 제지주의 퇴조가 두드러졌다.

유화주는 유화경기호조에 따른 대폭적인 실적호전이 기대되며 지난해
5~6월부터 본격적인 상승세로 진입, 경기관련주로서의 수혜를 톡톡히
입었다.

그러나 올해 4월초 급등에 따른 조정이 전개될 무렵 중국쪽에서의 수요
감소등을 담은 "다이와 리포트"가 나오면서 유화주의 주가는 힘없이
무너졌다.

4월20일 2만4천8백원을 기록하던 동부화학의 주가는 26일현재 1만1천3백원
으로 반토막났다.

호남석유화학 LG화학등의 주가도 예외없이 맥없는 모습이었다.

제지주가 입은 타격은 유화주보다 더 심했다.

제지주의 상승은 지난해 6월부터 이뤄졌다.

동해펄프 신무림제지와 같은 종목들을 중심으로 흑자전환 기대감이 강하게
작용했던 것.

그러나 제지업종지수는 1월4일 1천8백7.86을 기록하며 정점을 지났다.

원재료인 펄프값이 급등한다는 것과 주수요처인 중국의 수입수요가 감소
하고 있다는 점이 관련주가의 발목을 잡았다.

제지주는 연초이후 반등다운 반등도 못해본 채 일년내내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

세풍등 일부 종목들은 지난해 6월의 주가수준으로 되돌아갔다.

26일현재 업종지수는 연중최저치인 1천25.72로 일년동안 43.2%가 하락했다.

경기관련주의 이같은 퇴조와는 달리 경기와 무관하거나 경기의 영향을 덜
받는 종목들, 특히 보험주 정보통신주 도시가스주등은 투자자들에게 기쁨을
안겨줬다.

경기하강국면에선 "경기"와 거리가 먼 종목을 택해야한다는 공감대도
있었지만 성장성이란 재료가 이들을 튼튼하게 받친 것도 주효했다.

보험주는 자동차 보험료율 인상과 사고율 감소란 재료를 업고 올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연초대비 상승률 상위 10종목에는 보험주가 7개나 들어 있다.

보험업종지수는 5월24일 2588.48에서 12월11일 5천2백49.83으로 가파른
상승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3월중 5천8백80원이던 동부화재(구한국자동차보험)의 주가는 26일현재
2만8천원을 나타냈다.

이밖에 한솔텔레콤(구 광림전자)삼성전자 LG정보통신등의 정보통신주와
서울도시가스를 비롯, 올해 많은 종목들이 상장된 도시가스주등의 주가
움직임도 경기후퇴에 따른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었다.

지난8월중순 2만3천5백원에 상장된 서울도시가스는 현재 7만원대에 육박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종목들도 논쟁에 휩쓸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승승장구하던 보험주에는 "수익가치를 평가할 때 비상위험준비금을 포함
해서 할 것인지"여부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있었고 정보통신주의 경우
반도체 공급과잉을 예고한 메밀린린치 리포트가 관련주가를 맥없이 만들어
놓았다.

물론 이 논쟁들은 아직도 완결되지 않았다.

증권전문가들은 해를 바꿔 진행될 이 논쟁들이 새해초의 주가에 적지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