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오르는 사람들은 어눌하다.

산의 아름다움과 산행에서 느끼는 즐거움, 산에서 느끼는 감동은 인간의
언어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크기 때문이다.

산꾼들은 산을 정복하기보다는 그 품에 안기려하고, 설명하기보다는 몸과
마음으로 느끼려한다.

어려운 이론이나 화려한 말이 필요없는 세계가 거기에 있다.

학창시절부터 등산을 즐기던 나는 지난해 암벽등반을 배우기 시작했다.

백운대에서 인수봉을 바라보며 암벽등반을 꿈꾼지는 오래됐지만 차일피일
미루고 지내던중 나이 마흔 줄에 들어서면서 더 늦어서는 안되겠다 싶어서
시작을 한 것이다.

한여름에 서울스포츠크라이밍 스쿨에서 암벽등반의 기초를 배우고,
가을부터 "산바우산악회"에 참여해서 본격적으로 등반을 시작했다.

"산바우회산악회"는 서울스포츠크라이밍센터 졸업생들 위주로 1993년에
조직되었다.

초대 회장은 고재일(현재 중국거주)형이 맡아서 모임을 이끌었고, 현재는
안효승(농산물도매시장)형이 회장을 맡아 수고하고 있다.

산행은 봄에서 가을까지는 월3회정도하고 겨울에는 릿지등반과 장거리
워킹으로 체력을 키운다.

시즌에는 인수봉 선인봉 위주로 등반을 하고, 간간이 원주 간현암, 고창
선운사암장등에서 등반하며, 여름휴가에는 설악산 장군봉, 적벽에서 암벽
등반을 한다.

회원의 구성은 60대인 김정배(월성타월)형을 위시해서 20대의 신혜란
(세무사사무소)회원까지 매우 다양하다.

30여명 회원의 공통점이라면 모두 오랜 워킹등반 경력들을 지난 산꾼들
이라는 점이다.

뛰어난 등반 실력을 지닌 회원도 많다.

그중에서도 이건구(중원개발) 신혜란회원은 선등자로 활약하고 있다.

조윤희(부영건설)회원은 꾸준한 노력으로 실력이 부쩍 는 노력파
산꾼이며, 오대청(대덕산업)형은 주말등반을 기다리며 한주일을 산다고
하는 골수 산꾼이다.

초대 총무를 지낸 편승철(한도 강북지점)회원은 뛰어난 요리솜씨로 회원들
의 입을 즐겁게 해주곤하며 2대 총무인 황경섭(서울대병원 방사선과)회원은
금년에 아들을 낳은 후 실력이 늘었다고 모두들 한마디 한다.

그런가하면 윤진호(LG전자 길음대리점)회원같이 여름휴가에 타국에서
외롭게 지내고 있는 고재일형과 함께 등반을 하고 돌아온 의리파도 있다.

회원들은 나이가 한살이라도 차이가 나면 깍듯이 선배대접을 하고 위아래를
따지는 것이 관례다.

자일에 매달려 협동심을 키우고,야영생활을 통해 정을 나누면서 가족같이
지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회원들은 잘생긴 인수봉의 모습을 머리속에 그리며 봄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