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새판 짜기''에 시동을 걸었다.

지금과 같은 인적구성으로는 총선에서의 참패가 불보듯 뻔하다는 판단
에서다.

새판짜기의 큰 골격은 ''5,6공인사 배제, 개혁인사 중용''으로 모아지고
있다.

여권은 이같은 원칙아래 이미 현역의원 공천배제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사퇴
종용작업을 은밀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국당 총재인 김영삼대통령이나 당지도부는 누누이 "5,6공 인물과의
단절은 없다"고 강조해 왔지만 상황은 반대로 가고 있다.

여권내에서는 "정치판을 새로 짜야한다"는 목소리가 다양하게 개진되고
있다.

그동안 잠복해 있던 정계개편론은 지난 21일 김광일 신임청와대비서실장의
"여권의 개편 가능성"발언을 기점으로 봇물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
이다.

특히 신한국당내 민주계를 중심으로 5.6공인사들을 "내몰기" 위한 발언이
잇달아 나오면서 정계개편론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김실장은 "김대통령이 비서실장을 맡아달라고 하면서 "앞으로 큰 변화를
이뤄야 한다. 청와대나 내각이나 당 모두 면모를 쇄신하고 판을 새로 짜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고 말해 여권핵심부의 의중을 전달했다.

"5.6공출신이 당을 이끌수 없다"는 단절론을 주장하다 최근 신한국당 외곽
정책연구기관인 여의도연구소장직에서 물러난 이영희씨는 여권.대폭적인
물갈이를 주장하면서 개혁세력중심의 정계개편 필요성을 거듭 밝혔다.

최형우의원은 지난 22일 방송기자클럽초청 토론회에서 "철학과 이성이
없이 조그만 분위기를 좇아 우왕좌왕하는 정치인은 21세기 정치를 지향하는
우리당에 필요없다"고 이탈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의원들을 겨냥, 직격탄을
쐈다.

최의원은 또 5.18특별법에 반대한 당내의원들에 대해서도 "합의로 결정된
당론을 거부하면 당원의 자격이 없다"고 몰아세웠다.

여권의 새판짜기 의지는 내년 1월중순께 완료될 신한국당의 공천과정에서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만큼 5.6공인사들이 주로 포진하고 있는 경북지역에서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질 것이란 예상이다.

이를 반영하듯 경북지역의 총선출마예상자를 눈여겨보면 여권에서 다수의
후보자들이 거론되고 있는게 관심을 끈다.

여권에서 복수이상의 후보자들이 거론되고 있는 지역구는 포항북구 경주갑
김천시 안동을 구미갑 영주시 영천시 상주시 문경시 고령.성주 군위.칠곡
의성군 청송.영덕 경산.청도 예천군등이다.

경북지역 21개 선거구중 6개만 빠진 15개 선거구에 해당한다.

이같은 기류속에서 정호용의원의 탈당은 당내에 상당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당안팎에서는 정의원의 탈당과 정순덕의원의 총선불출마 선언이 5.6공출신
민정계 인사들의 이탈움직임에 "촉매"로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하고
있다.

여권은 정치권 새판짜기를 위한 하나의 "도구"로 정치인사정 카드를 활용
하고 있는 것 같다.

밑도 끝도 없는 사정설을 흘리면서 구여권 정치인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피를 보지 않고 자발적으로 정치권에서 내몰기 위한 것이란 얘기다.

한편으로는 앞으로 탈당하는 의원들의 발목을 잡기위한 카드로 이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탈당하는 인사들이 세를 결집, 집단반발하는 사태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사정설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가일각에서 정치인 사정설이 총선전까지 계속될 것이란 시각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여권은 현역의원가운데 30%이상이 당선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앞으로 지역여론에 따라 추가로 탈락될 현역의원도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따라 여권은 현역의원을 대거 탈락시키고 교수 변호사 전문경영인들중
개혁성향의 인사들을 기용, 새 판을 짜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 김호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