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외국인들의 영향력이 어느때보다 컸던
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외국인들은 주가침체 국면에서 가장 큰 매수세력으로 떠올랐고 그런만큼
주가흐름에 미치는 "힘"도 한결 세졌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보유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10%를 넘어섰고 시장전체에
대한 거래비중도 월평균 4.84%로 전년도에 비해 2배가까이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증권시장의 세계화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국내 증시가 외국인의 동향에 너무 민감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생겨났다.

그러나 세계 금융시장의 개방화가 진전됨에 따라 갈수록 외국인들의 비중이
점점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들어 외국인들의 영향력이 두드러지게 커진데에는 지난 7월1일의 외국인
한도확대가 크게 작용했다.

12%에서 15%로 한도가 늘어나면서 외국인들은 기다렸다는 듯 주식을
사들였다.

외국인들은 7월 한달동안에만 1조2천억원어치의 주식을 거둬들였다.

6월말까지만 해도 외국인들은 8천억원어치의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던
터였다.

에너지 고갈로 흐느적거리던 주식시장은 이로 말미암아 다시 활기를 찾는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들은 특히 전통적인 선호주식이던 대형우량주 중심으로 종목을
제한하지 않고 시중은행주등 중저가 대형주로도 매수세를 확산, 왕성한
"식욕"을 과시했다.

때문에 "외국인이 이런저런 종목을 산다더라"는 늘 시장의 관심거리였다.

이같이 외국인 의존도가 심화되면서 생겨난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았다.

비자금 파문이 터지자 외국인들은 파는 것으로 자세를 바꿨다.

여기에 기관들의 소극적인 시장개입이 맞물려 주가는 급전직하로
떨어지기도 했다.

외국인중에선 올해 유난히 일본인들의 동향이 주목됐다.

코리아오픈펀드(KOF)등 일본내 대한투자전용펀드의 설정이 잇따른 때문도
있었지만 향후 한일간에 맺어질 이중과세방지협정으로 일본자금의 유입이
러시를 이룰 것이란 기대감이 투자심리를 부풀게 했다.

증권전문가들은 내년초로 예상되는 3차 외국인한도 확대시엔 일본계
자금의 선호종목군이 비상한 관심을 모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외국인의 영향력 확대를 가늠할 수 있는 또 다른 잣대는 이른바 "주가
동조화"현상이다.

미국 주식시장을 비롯해 유럽 일본 대만등지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소프트웨어 반도체 통신 컴퓨터등의 하이테크주는 "윈도95"발매및 LG정보
통신의 상장을 계기로 국내에도 테마주로서 8월중순경 상륙했다.

재료가 신선했다는 점,탄탄한 수요기반으로 관련기업의 수익창출이 지속적
일 것이란 점등이 "투자메리트"를 부각시켰던 것.

이후에도 <>생명공학(바이오테크) 관련주 <>에너지.자원관련주 <>인터넷주
등이 재료부재의 증시를 비집고 테마주로 성장, 세계적인 주가동조화를
실감케했다.

이같은 "동행"양상은 보고서 하나에도 주가가 급등락을 나타내는 사태로
까지 발전했다.

상반기에 유화주급락을 몰고온 다이와리포트를 포함해 물건너온 잇단
리포트는 보험주 한국이동통신등의 주가를 세차게 흔들어 놓았다.

특히 반도체 공급과잉을 전망한 한장짜리의 메릴린치리포트는 국내 경기
논쟁에 다시 불을 붙이며 삼성전자와 같은 경기관련주에 일대 타격을 주기도
했다.

증권관계자들은 터무니없는 예상주가까지 첨부하는 일부 외산보고서의
한계를 지적하면서도 국내 증권사의 분석력이 그만큼 뒤떨어져 있지
않으냐며 꼬집기도 했다.

주가동조화와 거리가 있긴 하지만 멕시코 페소화사태, 베어링스 파문에
따른 국내 주가변화도 해외 금융시장의 갖가지 동향이 우리와 무관하지
않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계기가 됐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