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의 단계적 자율화, 미분양아파트 해소, 소형주택 의무건축비율의
완화 등을 골자로하는 ''주택시장 안정대책''이 지난달 발표됐다.

얼어붙은 실수요자들의 투자심리를 녹여줄 것으로 예상됐던 이 대책은
비자금한파, ''5.18특별법''여파 등으로 아직 이렇다할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어수선한 사회분위기가 가라앉을 내년부터는 건설업체들이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활용한 다각적인 분양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분양가 자율화시대''의 원년으로 기록될 96년의 주택시장성격을
진단하고 여기에 품질과 가격우위전략으로 맞서는 건설업체들의 대책,
아파트 품질 고급화를 위해 추가로 개선돼야할 제도 등을 살펴본다.

왜곡된 국내 주택시장구조를 만들어내는 원천이라는 업계의 주장과
망국적인 고물가를 잡는 열쇠라는 당국의 입장이 크게 엇갈려왔던
표준건축비제도의 빗장이 지난달 "주택시장 안정대책"으로 일단 풀리기
시작했다.

이에따라 국내 주택시장구조도 과거 공급자중심에서 진정한 수요자중심
시장으로 재편될게 확실시되고 있다.

분양가가 자율화되면 높은 가격으로 분양에 성공하기위해 기초공사에서
부터 마감재시공까지의 품질높이기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되고 이
과정에서 수요조사 및 각종 유인책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미분양아파트가 많은 지방의 경우는 부분적으로 이미 수요자위주의
시장이 형성된 상태이나 가격규제로 근본적인 구조전환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우선 주택보급률이 90%를 넘는 강원 충북 전북 제주 등 4개지역에서
전용면적 25.7평이상 중대형아파트에 대한 분양가가 지난달부터 자율화
됐다.

주택업체는 전원풍의 주택등 이들지역의 특성에 맞는 주택상품을
개발하기위한 계획을 마련중이다.

정부는 이어 이들 지역에 한해 전용면적 25.7평이하 아파트에 대해서도
내년 하반기부터 분양가를 자율화할 방침이다.

수도권을 제외한 나머지지역도 일정요건이 갖춰지면 분양가자율화가
적용된다.

또 미분양아파트에 대해서는 융자금을 확대하고 구입때 양도소득세를
감면하는 미분양해소책도 비중있게 포함됐다.

이같은 완화책에 대해 주택건설업계는 전원주택등 지역별로 차별화전략을
짜는 등 대응책을 마련하고있다.

대응책의 핵심은 단연 품질고급화이다.

마감재수준을 높이는등의 단순한 고급화가 아니라 시공에서부터
서비스까지 포함되는 총체적 품질고급화이다.

품질고급화 방식도 아파트평형 다양화 마감재고급화 옵션다양화
옥외환경고급화 테마주택개발등으로 2~3년전 고급화전략에 비해 훨씬 폭이
넓다.

각 가구내부의 고급화에서 아파트단지내 주거환경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있는게 특징이다.

품질고급화는 밖으로 보이는 부분에 그치지않는다.

진정한 고급화는 부실과 하자를 없애는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있다.

최근들어 업체들마다 공사중간과정을 입주자들에게 수시로 보여주고
"중간신임"을 받는 절차가 정례화되고있는 사실이 이를 반영하고있다.

이와함께 다른 공산품처럼 홈쇼핑도 가능해지고있다.

현대산업개발과 한일건설은 일정한 자격을 갖추고 주택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주택설계사제도를 도입했다.

한일건설의 경우는 수요자가 전화 한통화만 하면 각종 자료와 계약서까지
신청자의 집으로 가져와 모든 계약절차를 마무리해줄 계획이다.

수요자의 선택폭과 서비스를 향유할수있는 범위도 대폭 늘어나는
수요자중심시장이 만들지는 셈이다.

이같은 주택시장재편을 가속화하는 주요 요인으로는 단연 17만가구를
넘는 미분양아파트가 꼽힌다.

건설업체들은 최근 자금악화 주범인 미분양 타개를 위해 수요자들의
요구를 "무한정으로" 수용하고있는 상태이다.

옵션을 적용하고도 기본형가격으로 분양하거나 무이자융자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 지는등 가격은 낮추고 품질은 높이는 전략이 일반화되고있는것도
이때문이다.

아파트미분양의 타개책으로 등장한 다양한 주택상품도 수요자의
선택기회를 늘리는 작용을 하고있다.

또 전원주택 빌라등으로도 기존 주택건설업체들이 대거 뛰어들고있고
전문업체는 이를 체인화하고 브랜드화해 경쟁하고있다.

분양가자율화대상에 포함된 "서울 인천 경기등 수도권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공영개발택지가 아니고 공공자금을 지원받지않은 곳에서 공정이
80%이상 진척된 아파트"도 건설업체들의 분양전략을 일부 수정하도록
요구하고있다.

수도권을 제외한 곳 가운데 비교적 분양률이 높은 부산 대구 등 대도시
요지가 우선매입대상으로 꼽히면서 대형업체들 중심으로 물색에 나서고
있다.

일부업체는 분양성이 좋은 지역에서는 완공후 분양이 오히려 수익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리고 준공후 분양까지 검토하고있는 상태이다.

이미 상당수의 업체들이 지방에서 미분양을 줄이기위한 한 방편으로
30~40%의 공정이 진행된후 분양하는 "공사중간분양제"를 시행하고있어
자금이 넉넉한 업체는 공정률을 80%이상 확대, 분양가자율화로 끌어갈
가능성이 높다.

< 김철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