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변화! 맞다.

우리는 거의 모두가 "변화만이 변하지 않는 유일한 사실이다"라는 개념을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미안, 변화라는 단어는 잊어버려라.그 단어는 너무 약하다.

"혁명"이라고 말해라.

만약 이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거북하다면 당신은 기업가로서 자질이
부족한 사람이다" 톰 피터스의 최근 저서 "경영 파괴"의 한 대목이다.

이 책의 원제는 "미친 시대에는 미친 조직이 필요하다"(Crazy times call
for crazy organization)이다.

지금 한국의 재계에서는 "미친 인사"가 이뤄지고 있다.

어느 대기업그룹이 40대 사장을 내놓으면 또다른 그룹은 이에 뒤질세라
30대 임원을 대거 발탁한다.

당사자에겐 더할 나위 없는 축복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그 뒤안길에선 밀려나가는 고참 임원들의 한숨이 들린다.

그러나 어쩌랴.

혁명이란 다 그런 것을.

최근 몇년동안 기업 경영은 "변화" 그 이상이었다.

혁신인지 혁명인지 딱 꼬집어 말할 순 없지만, 아무튼 그런 것이 끝간데
없이 이어지고 있다.

중간단계의 완성형조차 없는 미완으로.혁명의 발상지인 미국부터가 그렇다.

"경영혁명의 결과 업적은 개선됐지만 기업문화는 전혀 변혁되지 않고 있다.

지금 경영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이제까지 누군가가 해온 것을 더욱 잘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도 하지 못한 것을 찾아내 해내는 것이다"(루 거스너 미IBM회장) 한국
의 경영자들에겐 특히 그런 것 같다.

그들은 좀 폄하하면 "전례주의의 맹신자들"이니 말이다.

예컨대 의사결정이 필요한 사안이 돌출했을 때 흔히들 이렇게 자문하지
않는가.

"종래 이런 류의 일엔 어떻게 대처했는가, 국내외의 동업타사는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가"라고.

그리곤 또 이렇게 자답하는 것도 사실이다.

"본뜨자, 아니면 베끼면 된다"고.

다른 회사의 히트상품을 관찰하고 "(따라서)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과감
하게 투자를 단행한다.

실제로 이런 방법은 주효했다.

비슷한 상품을 대량으로 시장에 내놓는 "재탕상법"만으로도 실적쌓기가
가능했다.

전례답습만 제대로 하면 한국에선 얼마든지 임원 노릇을 할 수 있었다.

"명임원"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굳이 "혁명"이란 용어를 쓰지 않더라도 뒤를 돌아볼 여유가 없다.

남을 살필 겨를도 없게시리 됐다.

세상이 휙휙 변하고 있다.

"고속"이 아니라, 이건 "초고속"이다.

얼마나 빨리 변하고 있는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중앙은행)의장을 지낸 폴 볼커씨와 도쿄은행
의 교텐회장이 같이 쓴 "Changing Fortunes"라는 책에선 그 답을 제시하고
있다.

"도쿄의 한 외환딜러는 "시황을 판단할 때 장기를 대략 얼마로 잡고
있느냐"는 질문에 한참 생각하다 "10분 정도..."라고 대답했다" 상황이
이럴진대 기업을 그저 무난하게 끌고 나가는, 이를테면 슘페터가 제1유형
으로 분류한 "관리형 경영자"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

창조적 파괴를 통해 현상타파에 도전하는 타입이 필요하다.

혁명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다시 슘페터의 분류를 원용하면
제2유형인 "기업가형 경영자"다.

이렇게 보면 요즘 기업의 적은 경쟁 기업도, 정부의 행정규제도, 불확실한
미래도 아니다.

최대의 적은 바로 "어제의 회사"에 안주하려는 "구식 임원"들이다.

그러니까 지금은 40대사장 30대임원 등 "나이가 젊은 경영자"가 중요한 게
아니고 "내일의 회사"를 지향하는 "마음이 젊은 경영자"가 절실하다는
얘기다.

8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일본 요시다공업의 요시다사장은 "나도 회사도
영원한 18세"라며 "미완성이기에 끊임없이 꿈을 먹고 살고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계속 변화해 나간다"라고 했단다.

"사회는 앞으로 대변혁을 맞이할 것이다.

지금 경영자에게 필요한 것은 기업을 변화시키는 능력이다.

그것이 경영력이다.

경영력의 원천은 꿈이다.

새로운 사회에 부응하게끔 기업을 이러저렇게 변화시키겠다고 하는 꿈이야
말로 기업발전의 원동력이다"(다테이시 일오므론 사장) 새로 경영자의 반열
에 오른 한국의 "젊은 임원"들은 지금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그들중엔 혁명의 분위기에 편승해 "별"을 단 사람도 많다.

그러기에 혁명의 깃발을 올바로 들어올리는 꿈을 꾸고 있음직 하다.

그 꿈을 제대로 일궈내지 못하면 그들 역시 "밀려난 선배임원"들과 똑같은
운명에 처하고 말 게다.

아니 그보다 더 빨리 한숨을 쉴게 분명하다.

새로 임원이 된 여러분들에게 건네는 축사를 성급한 "운명론"으로 갈음하는
건 이것이 우리 기업의 현실이고 미래이기 때문이다.

혁명? 혁명! 맞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