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 진정한 의리 .. 엄인희 <희곡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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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대 기혼남성중에는 아내에게 "충성!"하며 거수경례를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군사문화의 영향인지는 따져봐야 알겠지만 인사를 받는 아내로서는
기분이 나쁘지 않을 것이다.
자신과 아이들에게 충성을 맹세하는데야 어쩌겠는가.
충성심 강한 짐승을 들자면 개를 따라갈 짐승이 없다.
개는 목숨을 바쳐 주인을 따른다.
홍수가 나서 떠내려가는 어린 주인을 구하고 죽은 개, 눈덮인 산속에서
길을 잃은 주인을 구해달라고 10리길을 달려 마을로 내려왔다는 개 등.
이런 견공에게도 상식은 있다.
주인이 그들에게 베푼 공덕이 있어야 충성을 바친다.
하지만 개에게는 윤리나 도덕관이 없다.
주인이 어떤 사람이건 무조건 따를 뿐이다.
사람들은 이런 맹목적인 충성을 "개같이 군다"며 비웃는다.
또 자기생각 없이 명령을 받으면 무조건 "예스"하는 사람들을 "아부파"
라고 부르며 자존심없는 사람으로 취급한다.
잘못된 과거사를 청산하자는 요즘, 장세동씨의 행동이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어떤 신문을 보니 장세동씨가 15대 총선에 나온다면 이사를 해서라도
찍어주겠다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또 택시를 타면 운전사와 승객이 장세동씨를 화제삼는다.
전두환씨가 어떤 사람이건 끝까지 의리를 지키는 모습이 사나이답다고들
하는 모양이다.
"사나이답다"는 말에는 참으로 할 얘기가 없다.
민자당에서 신한국당으로 이름을 바꾼 지금의 여당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
때문이다.
여당 중진가운데는 5, 6공당시 그야말로 "충성"을 바친 사람들이 많다.
잘못된 역사를 합법화했던 국보위에 참여한 사람들도 그들이고 민주화를
위해 싸운 국민을 때려잡은 각종 악법을 만든 사람들도 그들이다.
권력형 부정축재로 모은 돈을 당 운영비로 받은 뒤 정치한답시고
유권자에게 온천관광을 시켜주고 시계를 만들어주는 등등의 짓을 한것도
그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문민정부의 실력자가 개혁하자고 하니까 우르르 몰려들어
과거에 한 일은 다 잊어버리고 서로 먼저 앞장서겠다고 야단이다.
노태우씨 비자금사건 수사결과를 보면 최소한 7백90억원의 선거자금이
노태우씨로부터 민자당으로 흘러들어 갔음을 알수 있다.
그러나 한푼도 받은 적이 없다는 권력자와 "관행"이라는 어설픈 말로
얼버무리는 대변인이 있을 뿐이다.
그 "관행"이 불법이었기에 노태우씨는 감옥에 갔다.
이런 형국이니 오로지 한 사람에게 자신의 신의를 바치려는 태도에
감동받을만도 하다.
의를 존중하는 깡패조직을 다룬 드라마를 보고도 애잔해지는 것이
우리들 심리이니 말이다.
검찰청으로 들어서면서 장세동씨는 대국민 성명서를 읽었다.
자기들이 얼마나 국민을 핍박하고 역사를 오도했는지에 대한 단한마디
뉘우침도 없이 정승화씨가 마치 음모가인양 덮어 씌웠다.
그 모습에서 주인을 위해서라면 상대가 누구이든 물불 가리지않고
물어뜯는 충복을 연상했다면 지나친 것인가.
하지만 역사나 정치는 다르다.
공동체의 발전과 희망, 좌절과 실패가 정치의 잘잘못에 달려있다.
한 사람의 지도자가 국민전체의 삶의 질을 수백년 앞당길 수도 있고
수십년 후퇴시킬 수도 있다.
역사속에서 "공자"나 "히틀러"가 한 일을 비교해보라.
신의를 목숨처럼 여기는 장세동씨는 왜 발전과 희망의 편에 서있지
못했는가.
자신의 보스가 역사를 거슬러갈 때 왜 그를 진정한 지도자의 길로
인도하지 못했는가.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17일자).
있다고 한다.
군사문화의 영향인지는 따져봐야 알겠지만 인사를 받는 아내로서는
기분이 나쁘지 않을 것이다.
자신과 아이들에게 충성을 맹세하는데야 어쩌겠는가.
충성심 강한 짐승을 들자면 개를 따라갈 짐승이 없다.
개는 목숨을 바쳐 주인을 따른다.
홍수가 나서 떠내려가는 어린 주인을 구하고 죽은 개, 눈덮인 산속에서
길을 잃은 주인을 구해달라고 10리길을 달려 마을로 내려왔다는 개 등.
이런 견공에게도 상식은 있다.
주인이 그들에게 베푼 공덕이 있어야 충성을 바친다.
하지만 개에게는 윤리나 도덕관이 없다.
주인이 어떤 사람이건 무조건 따를 뿐이다.
사람들은 이런 맹목적인 충성을 "개같이 군다"며 비웃는다.
또 자기생각 없이 명령을 받으면 무조건 "예스"하는 사람들을 "아부파"
라고 부르며 자존심없는 사람으로 취급한다.
잘못된 과거사를 청산하자는 요즘, 장세동씨의 행동이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어떤 신문을 보니 장세동씨가 15대 총선에 나온다면 이사를 해서라도
찍어주겠다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또 택시를 타면 운전사와 승객이 장세동씨를 화제삼는다.
전두환씨가 어떤 사람이건 끝까지 의리를 지키는 모습이 사나이답다고들
하는 모양이다.
"사나이답다"는 말에는 참으로 할 얘기가 없다.
민자당에서 신한국당으로 이름을 바꾼 지금의 여당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
때문이다.
여당 중진가운데는 5, 6공당시 그야말로 "충성"을 바친 사람들이 많다.
잘못된 역사를 합법화했던 국보위에 참여한 사람들도 그들이고 민주화를
위해 싸운 국민을 때려잡은 각종 악법을 만든 사람들도 그들이다.
권력형 부정축재로 모은 돈을 당 운영비로 받은 뒤 정치한답시고
유권자에게 온천관광을 시켜주고 시계를 만들어주는 등등의 짓을 한것도
그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문민정부의 실력자가 개혁하자고 하니까 우르르 몰려들어
과거에 한 일은 다 잊어버리고 서로 먼저 앞장서겠다고 야단이다.
노태우씨 비자금사건 수사결과를 보면 최소한 7백90억원의 선거자금이
노태우씨로부터 민자당으로 흘러들어 갔음을 알수 있다.
그러나 한푼도 받은 적이 없다는 권력자와 "관행"이라는 어설픈 말로
얼버무리는 대변인이 있을 뿐이다.
그 "관행"이 불법이었기에 노태우씨는 감옥에 갔다.
이런 형국이니 오로지 한 사람에게 자신의 신의를 바치려는 태도에
감동받을만도 하다.
의를 존중하는 깡패조직을 다룬 드라마를 보고도 애잔해지는 것이
우리들 심리이니 말이다.
검찰청으로 들어서면서 장세동씨는 대국민 성명서를 읽었다.
자기들이 얼마나 국민을 핍박하고 역사를 오도했는지에 대한 단한마디
뉘우침도 없이 정승화씨가 마치 음모가인양 덮어 씌웠다.
그 모습에서 주인을 위해서라면 상대가 누구이든 물불 가리지않고
물어뜯는 충복을 연상했다면 지나친 것인가.
하지만 역사나 정치는 다르다.
공동체의 발전과 희망, 좌절과 실패가 정치의 잘잘못에 달려있다.
한 사람의 지도자가 국민전체의 삶의 질을 수백년 앞당길 수도 있고
수십년 후퇴시킬 수도 있다.
역사속에서 "공자"나 "히틀러"가 한 일을 비교해보라.
신의를 목숨처럼 여기는 장세동씨는 왜 발전과 희망의 편에 서있지
못했는가.
자신의 보스가 역사를 거슬러갈 때 왜 그를 진정한 지도자의 길로
인도하지 못했는가.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