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지수가 9개월만에 1,000 포인트대에 다시 올라섰던 두달 전까지만해도
경기연착륙에 대한 기대와 금리하락으로 주식값이 꽤 오르리라고
예상되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900포인트를 밑도는 수직 폭락으로 고객들이 떠나고
있다.

비자금사건으로 촉발된 안개 정국이 경제를 불안하게 만든 외적요인도
크지만 시장논리를 뛰어넘는 증시행태가 "주식이 싫다"는 투자심리
냉각을 부추기고 있다.

6일째 연속 하락한 종합주가지수는 어제 884.38포인트를 기록하여
기다리고 있는 매수세가 없는 허약한 체력을 그대로 드러냈다.

고객예탁금이 줄고 있고 소액 투자자들은 피해의식에 젖어 있으며
내년도 실물경제의 전망이 불투명하여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증시를 살리기 위해서는 증권업계가 거듭나야 한다.

시장원리가 작동하도록 시장참여자 모두를 고객으로 모시고 주식시장의
중개기능 "본업"에 충실해야 하며 국제 금융시장에 투명한 증시를
만들어가야 한다.

올들어 지속된 주식시장의 침체로 일반 투자자들이 시장을 떠난
이유는 주가변동이 작전세력의 불확실한 루머에 의해 주도되고 기관투자
가 주도의 장세 진행으로 주가의 차별화가 심화되어 소액투자자들은
손해만 본다는 인식이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큰손이 아니면 대접을 받지 못하는 증시라면 여유자금을 활용하여
예금이자 이상의 수익을 기대하고 언제라도 주식시장에 참여하려는
다수의 소액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되어 시장이 힘을 잃게 된다.

즉 잠재적 참여자가 없는 시장은 감시가 약하고 투명성을 잃게 되어
시장원리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

금리가 하락하면 주가가 오른다는 경제의 일반적인 법칙은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이 모두 발전된 상태에서 수익과 위험의 최적배분이 이루어질
때 적용된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실시와 금융실명제의 정착에 힘입어 거액자금이
들어오고 있긴 하지만 주식보다는 채권쪽으로 더 많이 이동하고
있는 근본 이유는 주식시장 개방과 금융자유화가 확대되면서 불안의
정도가 주식시장이 소화해 낼수 있는 정도를 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이후 반도체 경기를 낙관할수 없다는 미국 메릴린치 증권의
보고서가 국내 경기 연착륙기대를 무너뜨릴 정도로 증시는 정보에
민감하게 움직인다.

지금은 경제전반에 불안감이 팽배해 있는 시점이다.

그 영향을 증시가 가장 심하게 받고 있다.

이제는 재경원이 증시 부양책을 마련한다고 폭락된 주가가 올라가지
않는다.

떠나간 고객이 돌아와야 한다.

시장의 힘이 커져야 하고 주식시장이 투자고객의 기대에 부응하는
투명한 주식시장으로 바뀌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증권업계가 바뀌어야 한다.

작전세력이나 루머 따위의 불안요소를 없애야 하고 내부거래의 의혹도
없애야 한다.

정부의 부양책을 기대하기 보다는 시장의 규모와 힘을 늘려 주식
수급물량을 시장원리로 소화해내는 증시가 되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