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당면하고 있는 대내외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현재의 혼란스러워 보이는 정치-사회적 상황은 기업에 고통을 주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 기업혁신의 계기를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비자금 파문은 한국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기업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기에
충분했다.

경제성장 주역이 하루아침에 비리의 주역처럼 비쳐지고 있는게 현실이다.

국제경쟁은 어느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데 경쟁을 앞장서 치러야할
기업이 제몫을 해내지 못할때 어떤 결과가 올것인지 묻지 않아도 자명하다.

다행스럽게도 재계에서는 경영쇄신 바람을 불러일으키며 다시 뛰려는 노력
을 펼치고 있다.

현대그룹은 11일 새로운 경영이념과 기업윤리강령을 선포했다.

미래 사회를 선도할 세계 1등기업지향, 창의와 기술로 새로운 분야개척,
고객우선 정신으로 고객만족 극대화, 풍요로운 국가건설과 인류사회 발전
에의 공헌 등을 새로운 경영이념으로 내세웠다.

기업윤리 강령에는 정경유착 단절과 부조리 배격, 전문경영인 자율경영체제
정착, 공정경쟁, 중소기업 지원강화, 환경친화 기업으로서의 책임과 의무
등을 내용으로 담았다.

비자금파문 이후 재계의 자부노력은 여러 곳에서 이미 나타났다.

지난달 30일 대우그룹의 소유와 경영분리를 골자로한 경영합리화 방안,
지난 1일 전경련의 기업경영풍토쇄신 추진방안, LG그룹의 경영합리화
걸림돌인 거래업체의 친인척에 대한 특혜배제선언 등이 그것이다.

우리의 경제성장 역사는 기업의 성장역사 바로 그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도성장 과정에서 없었으면 좋았을, 있어서는 안될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기업은 어쩔수 없는 상황에 빠져든 경우가 많았다.

과거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재계는 자정결의를 하기도 했지만 제대로
실천되지 않았다.

재계의 힘만으로 타개할수 없는 정치-사회적 여건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정경유착의 고리를 단절할수 있는 여건이 성숙된 것이다.

과거의 잘못이 역사 바로잡기라는 이름으로 하나씩 밝혀지고 있다.

잘못된 과거의 관행을 떨쳐 버리려는 기업의 노력을 제도적으로 어떻게
뒷받침할수 있을것인가.

정경유착은 과도한 권력집중과 기업규제 때문에 발행한다는 점도 인식
되어야 한다.

기업이 시도하는 새로운 경영은 비단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다는 의미로만
해석되어서는 안된다.

기업의 살길은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상대적으로 값싸게 공급하는 데에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바로 여기에 있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시설투자및 기술개발노력은 물론
합리적 경영이 필수적이다.

기업 윤리강령선언은 기업이 맡겨진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합리적
경영에 전념하겠다는 뜻이다.

기업에 기업 외적인 부담을 주지 않는다면, 세계 초일류기업이 되어야 할
책임은 전적으로 기업에 남겨질 것이다.

기업혁신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기업의 변신노력에 기대를 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