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철 < 한국경제연 연구위원 >

우리나라의 공정거래제도는 1980년에 도입된 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거둬
적어도 우리나라는 공정거래제도에 관한 한 선진국수준에 와 있다고 할수
있다.

공정거래제도는 크게 독점규제와 거래규제로 나뉘어진다.

이중 거래규제는 제조업자와 유통업자간의 수직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는 것과, 사업자간에 수평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담합행위를 규제하는 공동행위 규제로 나뉘어진다.

일반적으로 인식되는 불공정거래행위는 공정하지 못한 모든 행위를
지칭하는 용어다.

그러나 공정거래법상의 불공정거래행위란 제조업자가 유통업자에 대해,
또는 상위유통업자가 하위유통업자에게 강요하는 행위중에서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불공정거래행위의 예는 제조업자에 의한 유통업자 판매지역의 제한, 판매
가격 유지, 판매목표 강제 또는 밀어내기식 판매, 자사제품 판매만을
강요하는 배타적거래 등이 있다.

이러한 거래계약은 유통업자의 거래의 자유를 구속한다.

때문에 유통업자 입장에서 볼때는 불공정하다고 할수 있다.

그러나 제조업자가 이러한 행위를 강요하는 목적은 자신이 거래하고 있는
유통업자 간의 경쟁을 제한하거나 구속하려는데 있는 것이 아니다.

제조업자의 목적은 자신이 공급하는 상품이 가장 효율적으로 소비자에게
도달되도록 해 상품을 하나라도 더 파는데 있는 것이다.

즉 불공정거래로 보이는 행위 가운데 상당수는 판매를 늘리기 위한 것이며
수요의 법칙에 의해 가격의 하락을 가져오므로 소비자는 그만큼 이익을
보게 된다.

공정거래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대상은 소비자이다.

따라서 어떤 행위가 상품의 가격을 낮추거나 소비자를 보호한다면 이는
당연히 공정한 행위로 취급돼야 한다.

예를 들어 제조업자에 의한 밀어내기식 판매는 유통업자에게는 고통스러운
것일지 모르나 소비자가격을 낮추므로 소비자에게는 오히려 바람직한 행위
일수 있다.

결국 불공정거래행위규제중 일부는 소비자보호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
하게 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