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사는 6일 한국노동교육원과 공동으로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진념 노동부 장관을 비롯 4백여명의
노.사.정.학계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노사협력의 실태와 발전방향"을
주제로 공개 토론회를 가졌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올들어 전국 산업현장 곳곳으로 확산된 노사협력
분위기와 무한경쟁시대의 새로운 노사관계질서 등을 진단하고 바람직한
노사관계 발전방안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효수 영남대 교수가 발표한 ''세기적 전환기와 노사관계의 신기축''이란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 편집자 >

======================================================================

세기적 전환기 속에서 근로자의 삶의 질, 기업의 경쟁력 나아가서
국가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제고시키기 위해서는 대립적 소극적
노사관계를 협력적 적극적 노사관계로 전환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협력적 적극적 노사관계로의 대전환이 불가피하고
노사협력이 어느한쪽에만 득이 되는 것이 아니라 노사당사자 모두에게
득이 된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PDR 시스템 이론에 기초해 이에대한 논의를 전개한다.

PDR 시스템 이론은 생산시스템을 노사관계의 이론 체계내에 명시적으로
도입한 것으로 생산시스템, 분배시스템, 룰-메이킹 시스템간의 상호
메커니즘을 중시한다.

또한 노사관계시스템수준이 생산성 유연성 근로자의 만족등을 포함한
이른바 기업의 "총체적 경쟁력"에 미치는 메커니즘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이론에 의하면 생산시스템은 휴먼웨어,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등
3개시스템으로 형성되어 있다.

휴먼웨어 시스템은 인적자원을 창조적 자원으로 전환시키는 마인드
시스템 및 능력개발 시스템과 고용 시스템으로 형성되어 있다.

마인드 시스템은 분배 시스템과 룰-메이 킹시스템에 의해 결정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휴먼웨어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모든 근로자의 만족 수준을 극대화 할수 있도록 분배와 룰-메이킹
시스템을 형성해야 한다.

인류는 지난 세기말과 금세기초에 생산방식 생산능력 인간삶의 환경을
총체적이고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세기적 전환기를 경험한바 있다.

당시의 세기적 전환은 19세기말 기계의 발명을 시작으로 한 산업혁명과
20세기초의 대량 생산체제의 구축에 의해 이루어 졌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세기적 전환은 교통및 전자통신혁명과 WTO
(세계무역기구) 체제의 도입에 의해 촉발되고 있다.

이러한 혁명적 변화는 세계단일시장의 형성, 노동시장의 고학력화,
기술의 소프트화, 세계기업의 출현, 기술 및 지식산업의 급성장,
민주의식의 고양 등과 같은 노사관계의 환경변수들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환경변화속에서 기업의 생산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기본적
전략은 유연성 생산제도이다.

PDR 시스템 이론에 의하면 생산시스템은 노사관계시스템의 주요한
하위시스템으로 대량 생산체제를 전제로 구축된 노사관계 시스템을
유연생산체제에 적합하도록 재구축해야 한다.

노동자대투쟁이후 한국노사관계는 대립적 소극적 관계로 인식되고
있다.

사용자는 단순히 무분규만을 지향하고 노조는 제로섬게임의 원리에
기초한 분배에만 집착하는 소극적 노사관계관을 갖고 있다.

대량 생산체제하에서 생산성향상은 기본적으로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한 기술적 통제와 피라미드형의 수직적 직무구조를 이용한 관료적
통제에 의해 이루어진다.

테일러리즘은 분업의 원리에 기초해 구상과 실행을 분리시키고 직무를
세분화, 표준화 시켰다.

노동력은 세분화된 직무의 반복적 수행을 통해 그질이 향상되었지만
직무가 지나치게 세분화, 표준화 되어 있기 때문에 짧은 시간내에
숙련도는 한계에 이르게 된다.

이경우 노동자의 창의적 능력이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수 있는 여지는
극히 제한된다.

그결과 사용자들은 생산 시스템의 중심축을 휴먼웨어 시스템이나
소프트웨어 시스템보다 하드웨어 시스템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노동자들은 제도적 기술적으로 생산시스템의 개선에 참여할수 없었고
정보의 비대칭속에서 생산과 분배의 상호작용 메커니즘을 확인할수
없었다.

이러한 환경속에서 노동자들은 사용자가 생산관리를 통해 노동강도를
높임으로서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고 믿는다.

이러한 분위기속에서 노동조합은 생산성향상 운동을 주도하기 어렵고
제로섬게임의 원리에 기초를 둔 분배에만 집착하게 된다.

노동자 대투쟁이전에는 노사간에 극심한 힘의 불균형으로 이러한
소극적 노사관계관이 표면화되는 경우는 적었지만 노동자 대투쟁을 통해
노사간의 힘의 균형이 회복되면서 노사의 갈등이 표면화되고 대립적
소극적 노사관계가 확산되었다.

시장상황변화에 생산시스템이 스스로 반응하는 동태적 경쟁체제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적자원을 창조적 자원으로 전환시킬수 있도록
휴먼웨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PDR 시스템 이론의 협력스펙트럼에 의하면 인적자원을 창조적 자원으로
전환시킬수 있는 휴먼웨어시스템의 수준은 노사간의 협력수준에 따라
차이가 있다.

온정주의에 기반을 둔 유발적 협력체제하에서도 인적자원은 창조적
자원으로서 기능하지만 부분적이고 제한적이다.

그러나 참여제도에 기반을 둔 자발적 협력체제가 구축되면 인적자원은
창조적 자원으로서 보다 완전하게 기능할 것이다.

이것은 세기적 전환기에서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유연생산 시스템의 구축은 물론 협력적 적극적 노사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협력적 적극적 노사관계는 어떻게 구축할수 있을까.

협력적 노사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먼저 노사관계 행위주체들이
적극적 노사관계관을 확립해야 한다.

적극적 노사관계관은 노사관계 시스템의 성공적인 구축을 통해 생산성
유연성 근로자의 만족수준 등을 포함한 이른바 "총체적 경쟁력"을
확보할수 있다는 가치관 내지 믿음을 의미한다.

이것은 노사관계 시스템의 수준에 따라 상호이익을 실현할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상호이익에 대한 확신이 있을때 안정적인 협력관계가 구축된다.

따라서 협력적 노사관계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노사관계
행위주체들이 적극적 노사관계관을 갖고 있어야 한다.

둘째 노사관계 이슈들이 그성격에 따라 국가수준 산업수준 기업수준으로
구분되어 다루어 질 수 있도록 상급노동단체의 조직이 강화되어야 한다.

기업수준에서는 기업내 노사관계와 관련된 이슈들만 다루어 질수 있는
환경을 형성해 주어야 한다.

셋째 자발적 협력을 위한 기업단위 노사관계의 기반구축을 위해
합리적이고 강한 노동조합의 존재, 정보의 공유와 근로자의 참여체제를
바탕으로 한 상호신뢰의 구축,노사의 일상적 관계구축과 문제의 일상적
해결 등의 노력이 따라야 한다.

넷째 행위주체들이 적극적 노사관계관을 갖고 가변적 불가시적 자산인
마인드와 능력이 지속적으로 순환될수 있도록 능력개발시스템,
분배 시스템, 룰-메이킹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학습 창조 협력마인드를 유발하기위해서는 능력개발 시스템의
하위 시스템인 교육훈련 시스템이 잘 확립되어야 하고 특히 기술 및
지식교육 못지 않게 인성 및 감성교육을 중요시 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마인드를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유발하기 위해서는
분배 시스템과 룰-메이킹 시스템이 그것을 뒷받침 할수 있도록 구축
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협력적 적극적 노사관계 구축의 필요성과 기본방향에
대해서만 논의하였다.

PDR 시스템 이론은 개별기업 노사관계의 진단과 처방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에 도움을 줄수 있기때문에 개별기업은 이를 기초로 협력적 적극적
노사관계를 성공적으로 구축하기위한 구체적 방법을 찾을수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