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가 다가온다.

해마다 이때가 되면 망년회니 동창회니 각종 술자리가 잦아진다.

언제부터인지 이 기간만 되면 너나할것 없이 들뜬 분위기속에 과소비를
부추기며 무슨 축제기간쯤으로 알고 먹고마시고 흥청거리는 병폐가 있다.

어느 조사에 의하면 연말 망년회 동창회 참석자가 줄잡아 1,000만명이
된다고 한다.

한사람이 3~4회이상 참석하면 실제 연인원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1회 망년회비용을 1인당 2만원씩 계산하면 2,000억원, 5만원씩 계산하면
5,000억원이 된다.

실제 소비된 액수는 1조원을 넘을지도 모른다.

눈을 조금만 돌려보자.

고아원 양로원 장애인수용시설 소년소녀가장 독거노인등은 해가 갈수록
썰렁해지고 있다.

발걸음도 뜸해지고 겨우 일부 종교단체나 학생등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의 주부식비 연료비 피복비 의료비등 1인당 월평균 생계보조비는
겨우 10만원 안팎이다.

중소도시 근로자 최저생계비 20만원의 절반수준도 못된다.

이쯤되면 망년회장(장)과 양로원 고아원등 이른바 "사회복지시설"은 전혀
딴 세상이다.

그렇다고 망년회등 모임이 모두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건전한 모임도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불우이웃은 아랑곳없이 우리만 흥청망청 신나게 마시고 놀면 된다는
식의 망년회 동창회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올해는 그런돈의 일부라도 모임현장에서 갹출하여 이웃돕기로 썼으면
어떨까 제의해 본다.

배영호 < 부산 중구 보수동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