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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면에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의 공식연구기관인 싱가포르동남아
연구소(ISEAS.소장 찬 홍치)가 싱가포르 영문일간지 비즈니스타임스와
공동으로 월1회 발행하는 ''지역동향(TRENDS)''특집에 실린 주요기사가 게제
됩니다.

본사는 한국동남아학회(KASEAS.회장 안청시 서울대교수)와 공동으로 ''지역
동향''기사에 대한 국내 독점게재권을 갖고 있습니다.

< 편집자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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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순벵 <상가포르 난양테크놀로지컬대 신문방송대학원 부총장>

세계 각국 지도자들은 오늘날과 같이 국경없는 시대에 일어나는 많은
사건들이 통제하기 어려우며 자국의 정부가 그같은 사건들 아래에 포위
당한듯한 느낌을 가질 것이다.

많은 아시아국가들은 지구촌 경제에 동참하면 할수록 의사결정을 할때
점점더 자국의 자율성을 내세울수 없게 되며 자국의 이익도 양보하게 된다.

그러지 않고서는 국제무대에서 발을 붙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불평등한 국제관계라 할지라도 자국민들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키고 고용을
창출하며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자율성(자치권)을 어느정도 양보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아시아의 각국 정부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자율성을 양보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자국의 경제적 주권을 침해
당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일본과 같은 강대국도 미일자동차협상의 경우 미국의 압력에 못이겨 많은
것들을 양보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 그 한 예이다.

각국간의 이같은 세력 불균형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의 지도자들은 그래도
상호간의 타협이 경제활성화를 위한 길이며 지난 30년간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이 전례없는 눈부신 성장을 이룩하는데 크게 기여해왔다고 보는 경향
이 많다.

그러나 국가간 정치적 주권에 대한 이해가 상충, 타협해야 할 경우가
생기면 아시아 국가들은 마음이 내키지않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변화추이
에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협상의 경우 아시아 국가들이 우려하는 딜레마는 서구식 민주주의의
도입을 서두르기 위해서는 정치적으로 주권을 침해당하는 일도 생긴다는 것
이다.

이러한 견해를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지도자로는 싱가포르의 이광요 전총리
를 꼽을 수 있다.

그는 "민주화가 경제발전의 선행조건이라고 보는 견해는 정치적으로는
옳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나 이를 무턱대고 감행하면 큰 실수를 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의 이러한 견해는 말레이시아와 중국에서도 받아들여지고 있는게 주지의
사실이다.

이들 국가의 지도자들은 민주적인 개혁이 실제로는 아시아국가들의 경제
발전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오늘날과 같이 상호 의존적인 세계속에서는 모든 국가가 이러한 정치적
주권의 침해를 공감하고 있다.

이같은 정치적 주권에 대한 위협은 지구촌을 하나로 연결시키는 매스
미디어, 특히 위성 TV나 인터넷과 같은 것들의 등장으로 더욱 가시화됐다고
볼 수 있다.

지구촌의 매스미디어는 종래에는 방관자와 같은 수동적 역할에 그쳤으나
오늘날에는 한 지역의 정치를 움직이고 심판하는 능동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매스미디어가 지구촌 구석구석을 파고드는 가운데 아시아국가들은 하루가
다르게 발달하고 있는 미디어를 통제한다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또한 이들은 정보가 유입되는 것을 도저히 막을 수 없으며 그러한 정보의
흐름을 조절하는 것만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또 지구촌 경제에 동참하면 할수록 매스미디어가 그들
국가의 정치 사회활동의 중심에 놓이게 된다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어쨌든 매스미디어의 발달에 힘입은 아시아국가들의 민주화바람이 아시아
전역에 걸쳐 일어나고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