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는 지난 27일 주택건설업계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 주택업체
가 보유하고 있는 525만평의 택지중 약20%에 해당하는 110만평을 사들일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같은 내용은 이미 지난 7일 확정발표된 "주택시장 안정대책"에 포함돼
있어 예상된 일이지만 막상 시행내용이 구체적으로 발표되니 여간 궁색한
일이 아니다.

주택업체가 사업목적으로 사둔 땅을 장사가 안된다고 정부가 다시 사준다면
제조업체가 만들어 팔리지 않는 물건도 사줘야 할 것이고 부패되기 쉬운
농산물은 더욱 그렇다.

이처럼 이번 택지매입 조치는 시장자율원칙에 크게 어긋날 뿐만 아니라
기업지원 방법중에서도 매우 극단적인 방식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번 조치를 취하게된 배경은 분명하다.

집이 안팔려 미분양주택이 십수만가구나 되다보니 자금난이 심해진 주택
건설업체가 부도위기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내버려두면 도산할 수밖에 없으며 하청.납품업체의 연쇄도산, 입주예정자
들의 피해, 자금시장의 경색등 심각한 후유증을 피할수 없다.

설사 도산은 피한다해도 사업전망이 어둡기 때문에 주택건설을 착공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해마다 50만~55만가구의 주택을 지어 집값을 안정시키고 주택보급률
을 90%이상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정부계획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된다.

물론 주택경기가 풀려 부동산거래가 활발해지면 문제는 해결되겠지만
가뜩이나 비싼 집값이 또 오를까봐 분양가자율화 등에는 몹시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따라서 분양가규제,공영택지개발등 기존의 주택시장체제를 유지하면서
주택대량공급정책을 밀고나가기 위해서는 우선 주택업체부터 살려놓고
보자고 내놓은응급처방이 주택업체의 택지매입이다.

문제는 이번 조치도 사태해결에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하리라는 점이다.

매입시기가 다음달부터 내년 3월말까지로 한시적이고 공영개발택지를
우선적으로 매입하며 주택공사나 토지개발공사의 자금사정도 어렵다는등
여러가지 문제가 있다.

그러나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수도권과 그밖의 지역형편이 크게 다른데다
주택시장규제를 계속하면서 주택대량공급을 밀어붙이는 주택정책이 모순
이라는 점이다.

결국 임시방편으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근본대책이 나와야 한다.

그것은 택지개발, 분양가책정, 자금융통등에서 민간기업의 재량권을
단계적으로 확대해주는 것이다.

특히 규제대상을 수도권과 기타지역으로 나누지 말고 중대형주택, 소형
주택, 임대주택으로 나눠 규제와 지원을 차별화하는 문제의 핵심이다.

물론 일체의 규제나 지원없이 시장자율에 맡기면 제일 좋겠지만 오랫동안
시장규제를 계속해 시장왜곡이 심화된 현실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들면 수도권택지는 매입신청될 가능성이 없는데 비해 지방에는 미분양
이 심각하다.

택지개발과 주택건설에서 지자체와 민간기업의 역할이 커져야 하며 자금
조달도 프로젝트 파이낸스 등을 이용해 시장기능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