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 고려대 기업경영연 소장 >

지난 10년동안 아시아가 세계경제의 주도국으로 부상한 것처럼 아시아
각국의 자본시장의 성장은 눈부시다.

일본을 제외한 주요 아시아 국가의 상장기업체들은 3,000개를 넘어섰고,
시가총액도 1조3,000억달러를 웃돈다.

계속되는 금융개혁과 자본시장육성책으로 유동성이 높아졌고 투자가들에게
신뢰를 주는 제도적인 장치도 시행되었다.

아시아가 이미 세계경제와 무역제도가 통합된 것과 같이 세계금융시장과도
밀착되기 시작하였다.

한해동안에 외국투자가들의 아시아국가에 대한 포트폴리오투자액수는
190억달러이다.

대만과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아시아국가들은 상장주식의 50%까지 외국인
들이 소유할수 있도록 허용되어 외국인 투자가가 각국의 주가를 주도 하기도
한다.

지난 5년동안 미국 영국 독일의 주가가 50%정도 상승되었고, 일본은 도리어
10% 하락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중국은 460%, 필리핀 320%, 홍콩 170%, 태국
120%, 말레이지아 90% 등 아시아 각국의 주가는 눈부시게 성장하였다.

아시아 각국의 스타기업들은 세계주요증권시장에 상장되었다.

중국의 12개기업들은 홍콩이나 뉴욕증권거래에 상장되어 H주식, N주식으로
불리어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통신회사인 "피티 인도세트", 필리핀의 PLDT, 한국의 "포항
제철", 대만의 "중국석유화학"등 수십개의 아시아기업들이 예탁증서(DR)나
전환사채를 발행하기 위하여 뉴욕 런던 벨지움 등 세계 주요증권거래소에
상장되었다.

코리아펀드, 타이펀드 등과 같은 해외투자가를 위한 투자신탁인 외국인
전용수익증권도 수십개가 넘게 설정되어 성장형아시아증권에 대한 투자 붐을
일으키고 있다.

아시아 자본시장의 세계화는 아시아 각국의 경제개발이나 기업확장에
필요한 자금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자발적인 의지에 의해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도리어 외국 투자가의 욕구에 의해 가속화되었다고 볼수 있다.

1979년 대처수상이 취임하면서 조치한 영국의 외환규제철폐가 외국투자붐을
형성하였고 미국의 ERISA법에 의한 연금기금이 외국의 고수익자산을 선호
하기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미국이 고령화사회로 진척되면서 경제활동자(18~64세)와 퇴직자(65세이상)
와의 비율인 의존비율(dependency ratio)이 현재의 20% 수준에서 15년 이후
에는 40%로 늘어나게 된다.

즉 현재는 경제활동자 5명이 퇴직자 1명을 보조하면 되지만 21세기초에는
퇴직자 2명을 먹여 살리지 않으면 안되게 된다.

따라서 불어나는 연금지급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선 성숙단계에 있는 북미나
유럽에 연금기금을 투자하기보다는 경제성장률이 높은 신흥시장(emering
market)에 투자해야할 필요성이 증대된 것이다.

보수적으로 추정하여도 연금기금의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액수는 15년 후
에는 현 신흥시장의 시가총액의 150%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아시아 자본시장의 규모는 급성장할수 밖에 없고 외국인 투자가들에
의해 주가가 주도될수 밖에 없다는 논리이다.

이러한 아시아자본시장의 세계화는 자본조달비용 외국증권시장과의 연계,
주가변동측면에서 변화를 주고 있다.

국내에 한정하던 아시아기업들의 외국에서의 전환사채 또는 신주발행은
자금조달비용을 엄청나게 경감시켰다.

한국기업의 전환사채발행은 국내금리가 10%이상이 되던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외국에서 1.2%수준으로 자금조달이 가능하게 만들어 환차익까지
고려하던 네거티브금리가 되었으며 몇년 후에 있을 주식전환 프레미엄도
30~50%는 챙길수 있도록 하였다.

아시아 각국의 주가도 연동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말레이지아와 홍콩의 주가상관계수 0.64, 태국과 홍콩 0.54, 타이완
말레이지아 0.59가 넘을 정도로 아시아국가들간의 주가움직임이 동일화
되었다.

또한 아시아 주가와 런던 뉴욕주가와의 상관계도 높아지고 있는 점으로
보아서 아시아시장과 국제자본시장과의 통합은 크게 진전되고 있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이러한 아시아 각국의 주가 변동은 외국인투자액수의 증감에 의해
더크게 좌우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는것 같다.

1986년의 아시아 주가의 폭등은 외국투자가의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중
90%이상이 아시아 시장에 편중되었기 때문이었고,1989~91년 동안에는
남미국가로 투자가 옮겨져서 멕시코 칠레 브라질등의 주가는 급등하고
아시아는 침체하게 만들었다.

1993년 이후에는 다시 아시아로 외국인 투자가들이 눈을 돌렸고 따라서
아시아 주가도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다.

이렇듯 아시아 자본시장의 세계화는 국내자금조달비용을 낮춘다는 큰 장점
이 있는 반면 주가변동에 따른 리스크도 동반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자본시장은 해외직접투자나 무역과
마찬가지고 아시아 경제의 부상으로 세계시장과 더욱 빠른 템포로 통합화
되어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