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시장이 신규사업자선정에 따른 경쟁확대와 함께 WTO
(세계무역기구)기본통신협상으로 대외개방을 목전에 두고있다.

진입규제와 제한경쟁으로 국한돼온 국내 통신시장은 이제 세계통신사업
환경변화에 따라 실질적인 개방과 경쟁의 시대를 맞고있는 것이다.

이같은 대내외 개방은 통신사업을 시장경제원리에 입각한 무한경쟁시대로
내몰고 있으며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구조개편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통신사업은 지난91년 12월 국제전화시장에 데이콤이 참여한데 이어
93년 10월에는 제2무선호출사업자들이 등장, 유무선시장에서 제한적인
경쟁이 시작됐다.

또 내년1월부터는 데이콤이 시외전화사업에 뛰어들면서 경쟁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며 내년상반기중 각 분야에 30여개의 통신사업자 신규허가가
날 예정으로 있어 숨가쁜 다각경쟁체제로의 국면전환이 예상된다.

이들 신규통신사업자의 등장으로 국내 통신시장은 시내전화사업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분야가 개방되고 사업자간에 치열한 생존경쟁이 불가피해졌다.

내년이후 시작될 부문별 경쟁상황을 보면 우선 유선의 경우 시외전화는
한국통신과 데이콤이 2파전을,국제전화는 한통과 데이콤 그리고
제3사업자간 3파전이 될 전망이다.

무선의 경우는 더욱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내년4월부터는 한국이동통신이
독점해온 휴대 및 차량전화시장에 신세기통신이 등장, 두사업자간에 한치
양보없는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또 신규사업자선정으로 빠르면 내년하반기부터는 3개의 무선데이터
사업자가 나타나 경쟁이 가속화될 예정이다.

주파수공용통신(TRS)은 기존 한국항만전화외에 전국을 대상으로한 1개
사업자와 수도권 등 지역사업자 9개가 등장, 시장쟁탈전을 벌이게 된다.

발신전용휴대전화(CT-2)사업자는 전국1개 지역10개 사업자가 허가되며
무선호출은 수도권에 1개 사업자가 새로 참여하면서 수도권에서만
한국이통을 비롯 모두 4개 사업자가 생존을 건 싸움을 벌일 전망이다.

최대의 황금시장으로 꼽히는 개인휴대통신(PCS)의 경우는 한치앞을
내다볼수 없는 접전이 예상되는 분야다.

한국통신을 비롯 모두 3개 사업자가 98년부터 사업에 들어갈 예정인
PCS는 이들 사업자간의 경쟁(2002년 2조여원시장)도 예측불허의 상황이
전개될 조짐이다.

특히 PCS의 경우 사실상 서비스종류가 비슷한 2개 이동통신사업자와의
5파전이 될 것으로 보여 이분야 시장선점을 둘러싼 경쟁이 불꽃을 튀길
것으로 전망되고있다.

국내 통신시장의 개방과 경쟁은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진행중인 WTO의 기본통신협상 결과에 따라 개방폭은 현재의 예상을
웃도는 선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따라 통신사업자들은 국내업체외에도 한국시장에 몰려올 세계 유수의
통신사업자들과 한판 승부를 벌여야할 형편이다.

WTO협상이 예정대로 타결될 경우 빠르면 98년부터 늦어도 99년부터는
미국 AT&T, 일본 NTT, 영국 BT, 캐나다 노던텔레콤 등 경쟁력있는 세계적
통신사업자들이 대거 몰려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제9차협상까지의 진행상황을 볼때 한국은 당초 계획보다 빗장을
더 많이 열수밖에 없는 처지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

정통부는 내달중 WTO에 제출할 양허계획안에서 유무선 구분없이 외국인
투자지분허용을 40%선에서 결정할 생각이지만 미국이나 EU측은 이보다
큰 폭을 요구하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

회선재판매의 경우도 정통부는 제한적이고 단계적인 개방을 추진할
생각이지만 이또한 외국의 압력으로 개방시기가 앞당겨질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WTO 기본통신협상의 주제가 "걸어잠근 세계통신시장의 빗장을 푸는것"인
만큼 우리라고 개방의 폭을 줄이기는 힘들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96년 4월말 타결을 목표로한 기본통신협상은 2000년대 정보화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게 되는 한 국가의 정보시장 네트워크개방이라는
점에서 회의결과가 비상한 주목을 끌고있다 하겠다.

지난94년 5월부터 계속돼온 이 협상은 그 결과에 따라 세계통신시장의
판도재편과 함께 새로운 통신대국 탄생을 예고해주는 서장이 될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국내 통신시장의 판도변화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수 밖에
없을것으로 보인다.

기본통신시장협상은 한마디로 자국의 통신사업자에게 베푸는 혜택을
외국에도 똑같은 수준으로 제공한다는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것이다.

외국의 통신시장에 자유롭게 진출하는 대신 외국사업자가 내국인과
동일한 조건으로 통신서비스를 제공할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주어야
한다는 내용이 협상의 핵심요소인 셈이다.

어쨌든 오는 98년이후면 미국 AT&T, 영국 BT(브리티시텔레콤), 캐나다
노던텔레콤, 일본 NTT등이 한국에 별도법인의 전화회사를 설립, 통신사업을
하면서 우리국민들로부터 통신요금을 거둬들일수 있게된다.

WTO의 기본통신시장협상은 각국의 시내 장거리 이동전화등 기본통신시장의
개방을 목표로 삼고있고 이 시장의 개방은 금융 외환 농산물시장개방에
이어 또하나의 엄청난 파고를 몰고올 것이 틀림없다.

< 김형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