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은 좋지만 불황과 실업은 싫다"

"실업은 경제구조의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것이며 연간 경제성장률 5%를
불황이라고 진단할 수는 없다"

멕시코의 페소화 가치폭락이후 불안감이 증폭되어온 브라질경제에 대한
근로자와 기업인 정부관리들간의 서로 다른 진단이다.

브라질경제를 놓고 이처럼 상반된 진단이 나오고 있는 것은 현재 대통령인
페르난도 카르도소가 재무장관으로 있을때인 지난해 7월 시행한 레알플랜의
성공과 그 후속조치 결과가 정부측으로서는 안정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었던
반면 근로자들에게는 높은 실업률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브라질경제는 사실 레알플랜시행으로 그 이전에는 상상도 할수 없었던
인플레의 안정이라는 성공을 거두었다.

연 3,000%대에 이르던 인플레가 25~30%로 떨어지는등 만성적인 인플레상태
에서 벗어나는데 성공한 것이다.

물론 아직도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전문가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브라질경제가 종전의 인덱세이션(Indexation)경제체제에서 벗어났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카르도소대통령도 한때 연구원으로 재직했던 브라질경제분석센터의 모니카
바에르연구원은 "인덱세이션이 안고 있던 문제중 80%정도는 해결됐다"면서
"남은 문제는 재정관련개혁인데 이것도 2년정도면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브라질경제의 앞날을 낙관했다.

상파울루주 캄피나스대학의 교수이기도 한 바에르연구원은 그러나 30%를
웃도는 현재의 금리를 인하할 여지는 많다고 진단한다.

그녀는 "높은 금리가 과도한 외국자본의 유입을 초래했다"면서 "실질경제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금리가 어느 정도 낮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그러나 현재 연간 수입액중 70~75%는 부품및 시설재들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브라질경제가 종전의 수입대체구조에서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브라질경제개혁의 성공을 점치는 사람은 그녀뿐만이 아니다.

정부관리들 대부분은 카르도소대통령이 갖고있는 대중적 인기가 앞으로
남아있는 어려운 개혁과제들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상파울루에 있는 푼다사옹 제툴리오 바르가스의 아더 바리오메르보교수는
"레알플랜은 처음 시작했을때보다 훨씬 그 성공 가능성이 높게 여겨지고
있다"면서 "남아있는 사회개혁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각 정파간의
연합에 카르도소대통령이 효과적으로 대응할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브라질정부의 정책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던 소수의
이익집단이 생각했던 것 만큼 강하게 반발하지 않고 있어 레알플랜은
궁극적으로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진단했다.

경제기획부의 로베르토 멜로자문관은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한다.

"브라질도 아르헨티나처럼 화폐가치의 폭락과 저성장률 인플레의 재현
등으로 곤경을 겪을 것으로 진단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는 브라질정부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멜로자문관은 "아직 재정부문에
대해서는 해야할 일이 많지만 그동안의 개혁과정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
으로 이것마저도 충분히 완수할수 있다"고 덧붙인다.

멜로자문관은 "개혁초기 브라질경제는 강력한 레알화를 바탕으로 일어난
소비열풍의 영향을 받았다"면서 "이러한 소비풍조가 국내총생산을 증가
시키는데는 도움을 주었지만 브라질 역사상 처음으로 무역수지적자를 초래
했고 거기다가 지난해 12월 멕시코사태가 터지면서 불안을 느낀 외국자본이
빠져 나가면서 위기를 맞았다"고 설명한다.

위기를 느낀 브라질정부는 긴축정책을 채택하고 수입상품에 대한 관세를
대폭 올림으로써 과열된 경제를 식히는데 주력, 일단 경제를 안정시키는데는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이같은 정책이 가져온 것은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가 지적하듯
실업률증가였다.

실업률증가를 보는 정부관리들의 입장은 분명하다.

이는 브라질의 산업이 구조적개혁을 거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일어날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레알플랜 입안에서부터 카르도소대통령의 오른팔 역할을 해왔던 페드로
말란 재무장관은 상반기중의 과열된 경기를 식히기 위해 채택한 고금리정책
에 대해 "어쩔수 없는 선택"이라면서 경기후퇴, 심지어 불황이라고까지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연율 5%의 성장이라면 경기후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일어난 멕시코의 페소화폭락사태도 브라질경제에는 미미한
영향만을 미쳤다.

일시적으로 외환보유고가 줄어드는등 외국자본이 빠져 나갔지만 정부의
고금리정책으로 외환보유고는 다시 400억달러를 넘어섰고 올해초부터 적자를
보였던 무역수지도 일부수입품에 대한 높은 관세율등으로 10월들어 다시
흑자를 보였다.

바에르교수가 지적하듯 수입품목중 차지하는 자본재비율이 높은 것도
브라질경제를 밝게 보는 한 요소가 된다.

구조개혁에 따른 실업률증가,언제 다시 재현될지 모르는 높은 인플레등
브라질경제가 안고 있는 과제는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은 소위 헌법
개혁이다.

연금정책의 개혁, 주정부에 대한 연방정부교부금의 축소등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련 헌법을 고쳐야만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것은 재정적자문제.

레알플랜이 성공할수 있었던 요인중에 하나는 카르도소정부가 긴급사회
복지기금 160억달러를 조성, 이중 93억달러를 재정적자보전에 사용했던데
있다.

이 기금의 사용은 12월말로 끝나게 돼있어 카르도소정부는 다시 의회의
연장승인을 받아야 한다.

결국 카르도소정부가 당면한 문제는 취약한 집권당으로서 사안 사안마다
이해가 걸려있는 각정파들과 어떻게 성공적으로 연합을 해나가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수 있다.

< 브라질리아=김형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