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파문을 맞은 주식시세가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비자금사건이 폭로되기전 종합주가지수는 1,000포인트 선을 회복해
연말 장세의 기대에 부풀었으나 파문이 걷잡을수 없이 확대된데다
반도체경기에 대한 회의까지 겹쳐 21일에는 918.05까지 주저앉았으며
앞으로 얼마나 더 떨어질지도 모르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상장기업 싯가총액이 불과 한달새 5조8,000여억원이나
줄었으며 특히 일반투자자들의 피해가 전체의 40%를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막심한 피해 못지않게 비자금사건이 마무리되기까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돼 일반투자자들이 증시를
떠나고 하루 주식거래량이 2,000만주를 밑돌고 있는 형편이다.

이번 비자금사건을 계기로 우리 증시의 발전을 위한 제반정비를 서두르지
않으면 비슷한 파동이 언제든지 되풀이될수 있는 것이 솔직한 현실이다.

우선 주식발행과 유통, 채권발행및 인수 등이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이해관계자간의 담합, 관계당국의 규제,
각종 탈법행위 때문에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먼저 증권당국은 주식의 신규상장이나 채권발행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

투자자보호를 위해 마련된 상장및 발행조건을 충족시켰다면 시기나 규모는
당사자들이 시장상황을 고려해 판단할 일이지 정부에서 이래라 저래라 할
일이 아니다.

기채조정협의회에서 채권발행물량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것이나 주식수급
불균형을 핑계로 현대중공업이나 LG반도체 등 대기업주식의 상장을 막는
것도 해당기업과 일반투자자들에게큰 피해를 주고 증시정책에 대한 불신을
깊게 하고 있다.

아울러 증권회사의 경영에 대한 규제도 대폭 줄여야 한다.

반면에 주가조작등 불공정거래에 대한 단속및 정보유통체계의 정비 등은
크게 강화해야 할것이다.

한 예로 비자금사건에 깊이 관련된 동방유량의 주가가 지난해 하반기
2~3개월동안 배이상 올랐다 급격히 하락했는데 이 과정에서 거액자금의
유입및 주가조작이 있었다는 소문이 증시주변에 무성했었다.

증권감독원은 지난해말의 검사와 올6월의 정기검사결과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결론지었지만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 21일에도 주가조작 혐의로 13명의 펀드매니저가 적발됐으며 대주주의
내부거래도 있었는데 이같은 사태의 빈발을 막기 위해 증권감독원에
포괄적인 검사권및 준사법권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한 대주주의 횡포를 막고 소액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최근 거론
되는 소액주주 집단소송제의 도입 외에 정보공개법을 제정하고 경영공시
제도를 크게 강화해야 한다.

특히 정보공개법 제정을 반대하는 재정경제원을 비롯한 경제부처들의
행정비밀주의와 부처이기주의는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

장외악재 탓만 하지말고 허탈해진 일반투자자들을 위로하고 중장기적인
증시발전을 위해 증권당국이 발벗고 나서야 할 때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