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칼럼] 무인도리 .. 최완수 <간송미술관 연구실장>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 나라가 성립하려면 우선 그 나라를 이끌어 갈 주도이념이 확립되어야만
한다.
따라서 주도이념을 철저히 이해하는 이념집단인 지식인층 즉 문인집단이
정치의 주도세력으로 등장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외침에 대응하거나 반란을 진압하고 정복을 감행하는 등 무력 사용
의 불가피성은 또한 무인집단을 지도층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에 우리도 고려시대부터 문무양반제를 정착시켜 양반 가문을 최고
집권층으로 인정해 오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무반들은 외침이나 정복 전쟁이 있을 때에 주로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되니 국토 수호및 그 확장을 전담하는데 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려의 강감찬 윤관및 조선의 김종서 최윤덕 이순신등이 그 대표적 인물
이다.
반면 반란을 진압하거나 반란의 당사자가 되었을 때는 자칫 불운과 불명예
를 무릅써야 하는 위험부담이 크게 되니 고려 무신란때의 주역들인 정중부
이의방 이의민 최충헌등이 모두 "고려사" 반역열전에 올라 난신적자로
만대에 지탄을 받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평화가 오래 지속되면 무인들은 그 장재를 쓸 곳이 없어 대개 허송
세월하며 문약해져 가게 되니 진경문화가 찬란하게 꽃피던 숙종에서 정조에
걸치는 1백여년간의 태평성대에는 무반들이 과연 그러했었던 듯하다.
정조대왕이 측근 대신들과 일상 담론한 내용을 기록한 "일득록"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으니 말이다.
"무신의 도리는 오직 병서를 익히고 진도를 익히며 전장에 나아가 죽는
것으로 뜻을 세워야 하는데, 요사이 무신의 모양을 보니 일동일정의 행동
거지가 모두 문신을 흉내내어 심지어는 서로 당론을 짓고 두세명씩 모여
앉아 문득 모두 깎아 내리고 조롱하며 헐뜯고, 평일에는 서로 상종조차 하지
않는다고 한다. 문신의 이런 버릇도 오히려 절통하다고 하겠는데 하물며
저들임에랴"
이런 지적이 현재 우리 사회와는 무관한 일일까.
정문일침의 경구로 삼아야 하리라.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6일자).
한다.
따라서 주도이념을 철저히 이해하는 이념집단인 지식인층 즉 문인집단이
정치의 주도세력으로 등장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외침에 대응하거나 반란을 진압하고 정복을 감행하는 등 무력 사용
의 불가피성은 또한 무인집단을 지도층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에 우리도 고려시대부터 문무양반제를 정착시켜 양반 가문을 최고
집권층으로 인정해 오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무반들은 외침이나 정복 전쟁이 있을 때에 주로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되니 국토 수호및 그 확장을 전담하는데 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려의 강감찬 윤관및 조선의 김종서 최윤덕 이순신등이 그 대표적 인물
이다.
반면 반란을 진압하거나 반란의 당사자가 되었을 때는 자칫 불운과 불명예
를 무릅써야 하는 위험부담이 크게 되니 고려 무신란때의 주역들인 정중부
이의방 이의민 최충헌등이 모두 "고려사" 반역열전에 올라 난신적자로
만대에 지탄을 받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평화가 오래 지속되면 무인들은 그 장재를 쓸 곳이 없어 대개 허송
세월하며 문약해져 가게 되니 진경문화가 찬란하게 꽃피던 숙종에서 정조에
걸치는 1백여년간의 태평성대에는 무반들이 과연 그러했었던 듯하다.
정조대왕이 측근 대신들과 일상 담론한 내용을 기록한 "일득록"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으니 말이다.
"무신의 도리는 오직 병서를 익히고 진도를 익히며 전장에 나아가 죽는
것으로 뜻을 세워야 하는데, 요사이 무신의 모양을 보니 일동일정의 행동
거지가 모두 문신을 흉내내어 심지어는 서로 당론을 짓고 두세명씩 모여
앉아 문득 모두 깎아 내리고 조롱하며 헐뜯고, 평일에는 서로 상종조차 하지
않는다고 한다. 문신의 이런 버릇도 오히려 절통하다고 하겠는데 하물며
저들임에랴"
이런 지적이 현재 우리 사회와는 무관한 일일까.
정문일침의 경구로 삼아야 하리라.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