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좋고 물맑은 범내골 골짜기! 봄에는 아이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냇물을 따라,밭두렁 따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올라간다.

논두렁에 고인물에 개구리알이 있으면 빈깡통에 담고, 개울에서
놀고있는 송사리도 잡고, 산기슭에 핀 참꽃(진달래)도 꺾으며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놀이터다.

여름에는 여인네들이 개울가에 앉아 집안식구 이야기, 살림살이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빨래를 하고 아이들은 시원한 물에 뛰어들어
풍덩풍덩 물장구도 치고 개구리 헤엄도 하며 목감(목욕)는 자리가
된다.

가을이면 잘 익은 나락 이삭에 붙어있는 메뚜기도 잡고 빨간
고추잠자리를 잡기도 하고 돌밑에 숨어있는 가재도 잡아낸다.

겨울은 춥고 얼음이 꽁꽁얼어 나무로 만든 앉은뱅이 스케이트와
송곳을 가지고 동네 아이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그 아이들이 성장해가면서 집안 형편따라 직장따라 하나 둘 이사하여
흩어지자 누가 먼저랄까?

모임을 갖자는 말이 나와 65년6월(당시 25세전후) 범네골입구 교통부
로터러 혜성장다방에서 김길문 김영부 이형태 조희수 박상우 최방우
김선중 진종무씨 여덟명이 모여 친목회 청우회를 만들었다.

한 동네에서 같이 뛰놀았으나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직업도 화가
선생 토목기술사 방직업 자동차부품생산 공무원등으로 다양해졌다.

80년대 들어 김선중선생과 진종무사장은 개인사정으로 청우회와
멀어져버렸으나 다른 회원 6명은 죽마고우의 정을 지금까지 지속하고
있다.

모임은 월1회, 부부동반 모임은 연간 2회를 가지고 세상살아가는
이야기, 아이들 성장해 가는 아야기를 나누며 서로 존경하고 격려해주며
회갑을 바라보는 초노를 맞아 사회의 중견인으로 생활하고 있다.

이렇게 30년간 모임을 깨뜨리지 않고 지속할수 있는 것은 서로
믿고 존경하고 서로 깍듯이 우대하며 지내는 것과 회칙을 불문율로
하는 관행에 따라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고치(고추)친구들이 모인 마당에 무슨 법이 필요하겠는가.

회장도 그때 그사람이 모임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 비결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 회원들의 건강과 가정에 행운이 영원하길 가대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