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들이 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에 관련된 기업들을 확인하
느라 비상이 걸렸다.

혹시나 비자금을 끌어다 쓴 기업이나 특혜의혹이 있는 기업들에게
거액의 자금을 대출해주지나 않았는지 대출기업명단을 다시 들여다
보고 있는 것이다.

우선 발등에 떨어진 불은 한보그룹이다.

엄청난 자금동원력을 과시하며 초고속성장을 거듭해온 한보가 노씨의
비자금을 끌어다 쓴것으로 확인되자 금융기관들은 아연 긴장해 있다.

한보그룹에 그동안 거액을 자금을 대출해온 제일은행등 금융기관들은
특혜시비에 휘말리게 될까 초조한 모습이다.

지난 91년 수서사건으로 공중분해될 위기에 몰렸던 데다 자금조달에
대한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던 한보그룹에 굳이 대출해준 이유가
궁색하게 된 탓이다.

물론 일부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의 한보그룹에 대한 여신은 이
런 소문이 돌기전부터 이루어진 게 대부분이다.

해당 금융기관들도 한보에 대한 대출이 전혀 특혜차원은 아니라고 주
장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철강산업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특혜가 아님을 입증하고 있다는게 이들 금융기관의 입장이다.

그러나 한보철강 아산공장이나 상아제약의 인수등에 자금을 지원한게
사실이고 보면 이들의 해명에는 설득력이 부족하다는게 중론이다.

일부 금융기관에선 이미 한보그룹에 대한 추가 여신은 불가능할 것이
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비자금 관련기업이 비단 한보그룹만은 아니라는데에 있다.

금융계는 "노씨 비자금사건"의 성격으로 보아 관련기업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노전대통령의 사돈기업인 선경그룹이나 동방유량등은 물론이거니와
제2,제3의 기업들도 등장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금융기관들이 이들 기업에 대한 정보를 한시라도 먼저 입수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이때문이다.

더군다나 비자금관련기업들이 자금난에 빠지거나 부도를 내지 않을까하는
전에서 금융계는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해당 금융기관의 경우 엄청난 부실채권의 발생이 불가피하게 된다.

한보그룹에 대한 여신이 가장 많은 제일은행은 한보가 어려워질 경우
한보철강등 일부 계열사의 제3자인수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할수 있다.

은행의 손해를 줄이기위해선 다른 방법이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종업원퇴직보험을 유치하는 댓가로 수십억원에서 1백억원까지
신용대출을 해준 보험회사의 경우는 만약의 사태시 부실채권을 걸머질수
밖에 없게 됐다.

이렇게 보면 금융기관들은 "노씨 비자금사건"으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
히 떠안아야 하는 처지에 몰리게 됐다.

"금융기관들도 어쩔수 없었다.

아무리 경제적인 분석을 통해 철저히 여신관리를 한 금융기관도 피해를
볼수 밖에 없다"는게 금융계의 주장이다.

그래서 가능한한 금융기관의 피해를 줄이는 쪽으로 사태를 수습해야 한
다는 것이다.

< 박영균.송재조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