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의 실명화와 관련,한보그룹 정태수회장에 대한 검찰의 소환조사가
곧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등 비자금불똥이 재계로 확산되면서 주가가 이틀째
큰폭으로 하락했다.

30일 주식시장에서는 최근 검찰의 비자금수사강도에 비춰볼때 자금을 제공한
그룹회장들이 잇따라 소환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어
시장분위기가 위축되는 모습이었다.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9.18포인트 하락한 982.87를 기록했으며 한경다우
지수는 169.04로 1.66포인트 떨어졌다.

기관및 일반투자자들이뚜렷한 관망세를 보이면서 거래량이 연중최저수준을
약간 웃도는 1천6백7만주에 머물렀고 거래대금은 3천1백44억원이었다.

비자금파문의 조기수습에 대한 기대가 꺽이면서 대부분의 종목이 내림세를
보였다.
오른 종목은 상한가 5개를 포함 1백34개에 불과한 반면 하한가 19개등 6백82
종목이 하락했다.

개장초부터 매수세가 자취를 감추며 주가가 9포인트 이상 급락한 이날 주식
시장은 전장중반 매물감소로 종합주가지수가 990선을 회복하는듯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비자금파문이 주식시장을 더욱 짓누르며 하락폭이
깊어지는 모습이었다.

업종별로는 기타제조를 제외한 전업종이 내림세를 보였으며 특히 증권 무역
등 대중주의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

그동안 적극적인 시장참여로 종합주가지수를 지지해온 기관투자가들이 시장
참여를 꺼리면서 삼성전자 포철 현대자동차 LG전자등 우량주들이 일제히 약세
를 보였다.
이에따라 매기가 분산되며 투자심리가 더욱 얼어붙는 악순환이 빚어졌다.

투신등 기관투자가들은 평소 절반수준의 주문을 내며 비자금수사전개과정을
지켜보려는 경향을 보였다.

노태우전대통령의 친인척기업인 선경및 동방유량의 주가는 일제히 하한가를
기록했으며 한보철강도 가격제한폭까지 하락,비자금후유증의 심각성을 보여줬
다.
반면 기관화장세가 진행되면서 철저히 소외돼왔던 신화 부광약품등 개별종목
들이 모처럼 반등을 시도했으며 일부 지방은행도 강보합세를 보였다.

증권사 일선지점장들은 당분간 비자금수사방향에 따른 시황전개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뚜렷한 주도주가 없는 혼조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
으로 분석했다.

<이익원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