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균 <대은금융경제연구소 실장>


미 메소지스트대 라비 바트라교수는 최근 발간한 "1955~2010년 세계
대공황"이란 저서에서 파생금융상품이 도화선이 돼 세계대공황이 시작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는 "자금을 공급하는 건전한 사업으로 출발한 금융산업이 현재는 각종
파생상품과 헤지펀드의 개발로 도박판.카지노화돼 치열한 머니게임을 벌이고
있다"며 "머니게임이 계속되면 금융시장은 결국 파탄에 빠지고 증시의
대폭락으로 이어져 세계경제는 향후 5~7년간 대공황을 맞게 될 것이며 이는
곧 자본주의의 붕괴를 뜻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효고은행등 일본 금융기관의 붕괴, 일본증시의 대폭락과 파생금융상품의
투자실패에 연계된 영국 베어링은행의 파산, 멕시코 페소화 폭락과 그에
따른 미달러화 폭락사태등 최근 잇따르는 금융사고들은 금융시스템의
붕괴조짐을 읽게 해 준다.

이들 금융위기들은 머니게임만이 주요인은 아니다.

갑작스런 금융개방과 금융자율화 정책상의 난맥상도 있고 금융기관들의
안일한 투자전략도 문제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 금융공황은 어느나라로 부터 시작될 것인가.

라비 바트라교수는 1930년대 세계대공황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뉴욕주식시장의 대폭락이 신호탄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는 뉴욕증시가 폭락하기 시작하면 도쿄증시도 그러한 경향을 막을
수 없을 것이며 일본의 주가 폭락은 엔고와 달러가치 하락이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특히 일본의 금융기관들은 버블 붕괴이후 부동산 담보관련 불량채권의
상환에 골치를 앓아 왔는데 지금까지는 소유주식의 자산(상환)이익으로
그럭저럭 불량채권을 조금씩 상환해 왔지만 일경평균이 1만2,000엔
수준으로 떨어지면 금융기관이 소유주식을 매각해도 이익이 나지 않게 돼
불량채권을 상환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는 분석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시나리오다.

그러나 지난해 교와및 안젠 신용금고에 이어 올들어 코스모스기즈
신용조합과 효고은행까지 파산함에 따라 시나리오가 이미 현실로 되기
시작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일본 금융시스템이 위기에 직면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80년대 후반에
형성된 거품경제가 90년대 들어 지가및 주가폭락의 형태로 붕괴되면서
일본 금융기관에 막대한 부실채권을 안겨준 데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따라 국내에서도 금융기관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반조치가
금융당국과 금융권에서 적극 모색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대형화와 책임경영체제의
확립이라고 생각한다.

금융기관 대형화의 가장 쉬운 방법으로 증자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요즘 증시분위기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중장기적으로는 합병등을
통한 대형화추진도 적극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대출자산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우선 전문요원을 양성,
확보함으로써 대출심사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이미 발생한 부실채권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국내은행들이 추진중인 채권관리 전담회사의
설립외에도 일본처럼 금융기관 공동출자를 통해 부실채권을 공동으로
매입.처리하는 기구를 설립하거나 관련 자회사를 설립, 활용함으로써
부실채권을 유동화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7일자).